날개는 없어도 날고 싶은 물고기

2008. 6. 25. 15:30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날개는 없어도 날고 싶은 물고기


바다는 깊다

깊은 바다에 사는 것이 위안이다

불안한 시선을 감출 수 있는 깊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언제나 어느 곳이든 다닐 수 있다면 신나는 일인데

벽이 없는 세상을 누구나 꿈꾸고 있으나

지나온 길에서는

스스로 만든 벽조차 쉽게 넘지 못한다

매끄러운 살에 와 닿는 유혹의 창

끝은 날카롭다


날마다 새로운 비늘이 돋는데

묵은 비늘이 떨어지지 않아

쓸데없는 껍질을 달고 살아야하는 속살은 성가시다

묵은 껍질로 보호받는 것보다는

새 살에 닿는 창날이 더 기다려진다

붉은 피 흘리며 얻는 모험은 내 삶의 단조로운 밑그림을 칠하는 덧씌우기이다


가고 싶어 이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오래 망설일 필요가 없다

상처를 입어도

피를 흘려도 목숨이 붙어 있어 사는 것은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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