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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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
아침 바다 해 하나 젖어 있다가 물기 다 마르고 가벼워져서 둥실 하늘로 올라가더니 바다 속까지 새파래졌다. 어둠이 물에 젖어 점점 무거워져 바다 속에 다 잠길 때 먼저 잠 깬 갈매기들 늦잠 자는 섬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끼룩끼룩 소리지르니 배들이 놀래서 모두 깨서 통통거리며 바쁘..
2008.06.25 -
섬쑥부쟁이
섬쑥부쟁이 새벽에 폭포에 내려와 몸 씻은 별 물안개 타고 개울을 거쳐 바다로 놀러 가는데 바위에 걸터앉아 쉬다가 날이 밝아오자 물에게 손 흔들어 먼저 보내고 해가 다 올라오도록 그냥 그 자리에 웃고 서 있는 순진한 아이 하얀 웃음
2008.06.25 -
방학 때마다 겪는 일
방학 때마다 겪는 일 아침 일곱 시 반부터 여덟 시 반까지는 학습지 문제 풀고 밥 먹고 열 시부터 바둑 교실에 갔다가 열두 시에 마치고 오면서 미술 학원에서 한 시간 그림 그리고 빨리 집에 와서 밥 먹고 두 시부터 세 시 반까지는 단지 앞 피아노 학원에 가고 네 시부터 다섯 시까지는 태권도 배우고 ..
2008.06.25 -
작아진 신발
안이 너무 좁아서 숨 쉴 수 없어 답답하다고 새끼발가락이 먼저 소리 지르고 엄지발가락은 참아라 하며 말없이 무던하게 버티는데 엄마는 돈 없다고 한숨만 쉬니 새 것 하나 사달라고 졸라댈 수 없어 자꾸 크는 발이 미워요 미워
2008.06.25 -
들꽃
들꽃 봄이 떠날 때 따라 간다고 잘 있으라는 인사도 없이 가버려 보지 못하고 보냈는데 다시 한꺼번에 모두 돌아온 들꽃 올 봄도 이미 저만치 오고 있다고 먼저 달려오느라 거칠어진 숨 다 못 고르며 아직은 햇살을 먹지 못해 하얗게 여윈 두 손을 내밀고 보고 싶어 가슴 졸이다가 노랗게 여윈 속 뒤집..
2008.06.25 -
길을 잃고 따라오는 달 하나
길을 잃고 따라오는 달 하나 함께 놀자고 불러 낸 해는 산 너머로 숨어버리고 멋모르고 불려나와 소나무 깃털이 촘촘히 박힌 산 위에 올라서더니 얼굴이 붉어져서 못 속에 비친 제 얼굴 들여다보고 있는 동짓달 열엿새 둥근 달 맞은 편 기슭의 수양버들 춤을 추는 바람 곁에 서 있다가 제 흥을 못 이겨 ..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