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사내
2008. 6. 25. 15:34ㆍ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서라벌의 사내
잠을 자다가 말의 고삐를 놓치면
천관의 집으로 찾아가는
짐승의 무서운 습관
두려워라
두렵기만 하여라
이끄는 대로 무심코 따라가는 고삐 같은 세상살이
꿈처럼 지난 천년의 세월
여전히 돌탑 위에 앉아 있어
모서리 내려앉도록
세월의 무게는 변함이 없고
날마다 받들어야 하는 성긴 하늘
아득히 높은데
어두워지면 피어오르는 서라벌 거리의 현란한 불빛
붉은 유혹을 외면하려고 고개를 돌리지만
가까이 다가오라고 찰랑대며
입술을 내미는 깊은 잔
두 치 술잔의 깊이
헤어나지 못하고 때마다 몸서리치는데
사래질하는 손을 잡아당기는 뒷골목의 붉은 웃음
자주 움츠러드는 목이 긴 사내의 어깨
쓸쓸하다고
아주 가끔씩이라도 뒤돌아봐 달라는 말
뜨거운 숨결로 와 닿을 때마다
푸르도록 슬픈
속절없는 사랑이 번지는
서라벌의 달 밝은 밤
눈물 담긴
술
한 잔
'글 소쿠리 > 자작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BIN 444 (0) | 2008.06.25 |
---|---|
소공원의 섬 비둘기 (0) | 2008.06.25 |
날개는 없어도 날고 싶은 물고기 (0) | 2008.06.25 |
겨울에 떠나온 그 곳 (0) | 2008.06.25 |
가끔씩 밤 기차 소리를 듣는다 (0) | 2008.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