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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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바다를 건널까?
이번 한 주는 혼란 속에서 보냇습니다. 47일간의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월요일인 9일날에 개학을 했습니다. 졸업식 준비를 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런데 월요일에 만난 동료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 때문에 한 주일 내내 정신적인 공황에 시달렸습니다. 방학 중에 이번처럼 마음 놓고 쉰 적은..
2009.02.14 -
삶의 바다를 건너는 법
삶의 바다를 건너는 법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을 치러 육지로 나갔던 고 3 아이들이 열흘 만에 일요일인 어제 오후에 들어온 배로 돌아왔다. 알 수 없는 가을철의 바다 날씨 때문에 시험을 치기 1주일 전에 모두 급하게 육지로 나갔는데 이 삼일 뒤에나 뒤따라간다던 담임선생님은 나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워야 했다. 아이들이 모두 나간 다음날부터 폭풍주의보가 내려서 엿새나 뱃길이 끊기는 바람에 혹시나 나가지 못한 수험생이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경찰서와 인근의 군부대 등 여러 곳에서 왔다. 여차하면 헬기로 수송을 하여야 할 판이어서 연락이 왔는데 다행히 나갈 아이들은 모두 나간 뒤여서 최악의 응급 사태는 생기지 않았다. 섬에 온 지 두 해가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알 수 없는 것이 바다 날씨여..
2008.06.26 -
아버지와 두만강
아버지와 두만강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두 해가 지났다. 당신보다 한 해 먼저 땅속에 묻히신 어머님을 따라 이승을 떠나신 때가 지지난 해 늦가을이었다. 집 담벼락의 시멘트 블록 사이에 겨우 몸을 끼워서 버티던 감나무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거의 다 떨어지고, 골목을 휘돌아오던 아침 바람이 뼈 속으로 스며들던 때였다. ‘살아서 언젠가는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시리라’ 던 기대를 가슴에 안고 피붙이 하나 없는 남녘 땅 포구에 발붙이고 남들의 입초시에 늘 오르내리면서도 질경이처럼 끈질긴 삶을 이어오신 아버지이셨지만 뜻밖에 당하신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셈이다. 적어도 내가 자란 포구에서만큼은 ‘이북내기’라는 경멸에 가까운 호칭이 아버지의 이름 석 자보다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었으며, 초등..
2008.06.26 -
가을 편지
수업을 하다가 가끔씩 쳐다보는 온 산에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주말인 어제 오후에는 이곳 울릉도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성인봉에 올라갔다가 해가 지고 어두운 산길을 혼자 내려왔다. 어둠이 곱게 깔린 조용한 산길을 혼자 내려오는데, 부엉이 한 마리가 산책로 표지판 위에 앉아서 눈..
2008.06.25 -
빨리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빨리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닙니다. 월요일 아침에 올라오는 길에 7번 국도를 지나오면서 운전을 하는 중간 중간에 잠깐씩 곁눈질을 합니다. 삼사해상 공원을 지나올 때쯤에는 해가 이미 바다 위로 꽤 올라와 있는데, 은빛바다에서 아침을 건지는 배들이 그림처럼 보입니다. 남의 치..
2008.06.25 -
고향집에 다녀와서
오랫만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에 초등학교 동기별 축구대회를 한다고 다녀가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졸업을 한 지 서른 해가 지났지만, 제 아이들이 잠깐씩 그 학교를 다녔고, 집사람이 육 년을 근무한 탓에 학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아도 그리 낯설거나 하지는 않았습..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