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99)
-
습관
습관 몸부림이 심한 둘째 아이에게는 가벼운 오리털 이불이 어울리지요. 이제 막 부풀기 시작하는 가슴을 습관처럼 두 손으로 가렸다가 이내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요. 처음부터 익숙해지는 일은 없지요. 어느새 다가온 산 그림자처럼, 아니 어쩌면 스스럼없이 들어선 여름날의 나무 그늘처럼 우리는 ..
2008.09.29 -
옛날 영화를 보듯이......
옛날 영화를 보듯이...... 꽤 오래 전이었지 아직도 가슴에 불씨가 남아있던 시절 늦가을이었지 아마, 커피를 마시러 들렀던 그 방 때늦은 방문객을 주인은 웃으며 맞아주었지 마음속 깊은 이야기는 숨겨야 했기에 쳐다보며 늘 웃기만 했었지 사람 좋은 주인은 커피 향을 이야기했고 용기 없는 나는 그..
2008.09.29 -
철거반원 김씨, 이씨, 최씨
철거반원 김씨, 이씨, 최씨 음지에 머물던 바람이 달려와 허술한 소매를 파고 든다 맨살에 닿는 바람이 차다 산 위에는 녹지 않은 눈이 보인다 -김씨의 넋두리- 내가 이래봬도 왕족이라오 수로왕 41 대 손이오. 할아버지 때는 전라도 깅개 밍개 벌에서 날리던 천석군의 자손인데 우리 아버지 삼 형제가 ..
2008.09.29 -
달빛
달빛 산길을 돌아가니 푸른 달빛이 산모롱이마다 마중 나와 발길을 잡네 발길을 잡네 나는 달아나듯 깊은 어둠 속에 숨다가 제 흥을 못 이겨 달빛을 껴안네 꼭 껴안네 두 팔을 벌려 껴안으면 사라져버리는 달빛 쫓아가면서 나는 울고 싶네 까닭 모르게 울고 싶어지네 달빛 곁에 서서 마냥 울고 싶어지..
2008.09.29 -
세상이 힘들게 하여
세상이 힘들게 하여 젊어서 사고로 한 눈 잃은 어메 잠잘 때도 한 눈마저 감을 수 없어 험한 세상 더 많이 보고 살아 거리 가늠 할 수 없이 마음대로 드나드는 슬픔 닥칠 때마다 마른 눈물 자주 흘렸다 어둠 속에 흔들리는 돌아누운 등 쳐다보고 설움 모르는 나도 함께 울었다 울음소리 감추려고 떨어져..
2008.09.23 -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면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가면 스스로 구르는 힘을 키우지 않고서 앞바퀴를 따라 생각 없이 그저 굴러 날마다 눈을 뜨면 따르거나 따라야 할 앞바퀴는 늘 있었으나 따라가다 놓치고 나니 미리 정해진 길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타넘지 못하도록 외로움의 턱은 높아 오도가도 못하는 어설픈 세상살이 멈출..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