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원의 섬 비둘기
2008. 6. 25. 15:35ㆍ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소공원의 섬 비둘기
평화를 상징한다는 헛된 이름으로 날마다
바다를 건너지 못해 무료한 관광객들의 손끝에서 떨어지는
은혜의 부스러기를 쫀다
가끔씩 바람이 심술을 부려
푸른 바다의 등때기에 허연 이빨을 박고서
오래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섬의 거친 바위 쪽으로
가시거리의 먼 수평선에서부터 거칠게 몰아 부칠 때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저 게으른 일상 속에 갇혀
밀어내는 바람이 차라리 고맙다
등불이 없어 어두운 물 속으로 걸어갈 수 없는 온갖 사람들
마주앉은 시름이 소주잔에 깊이 빠지고
무료를 날리려고 이곳에 나와 표정을 감추고 정교한 시침과 분침을 밀어대며
날카로운 파도에 끊기는 뭍으로 향하던 교감의 단절에 몸을 떨다가
아주 드물게는 보드라운 가슴 털 사이로 은밀하게 손을 들이밀고는
제 풀에 떤다
날마다 은혜에 충만한 일용할 양식의 부단한 탐식으로
비대해진 생식기
욕구의 기본적인 행위도 잊어버려
그저 휑하니 떼지어 날 수 밖에 없어
슬퍼다, 살아가는 날마다
가끔씩 바람이 심술을 부리다못해
푸른 바다의 등때기에 허연 이빨을 박고서 살점을 뜯어낼지라도
살점 사이로 흐른 피가 바다의 등을 붉게 덮을지라도
섬의 거친 모퉁이에 닿는 저 바다의 신음을 외면하며
낯익은 곳으로 습관처럼 우우 날아다니는
얄팍한 비행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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