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떠나온 그 곳

2008. 6. 25. 15:26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겨울에 떠나온 그 곳


겨울 강들은 침묵하고

대지는 조심스레 속눈물을 흘리면

슬픔도 함부로 보일 수 없는 세상

골짜기는 참았던 바람을 몰아내며 더 깊어져 간다

오만하게 건들거리던 가지 거두어들이고

뭉그러진 잎들이 몰려다니며 한 낮을 흔들면

길가에 서 있는 나무들

한 발씩 뒷걸음질치고 있다

그림자는 자라고

한 번 떠나버린 것들은 돌아오지 않으니

새로운 풍경들이 이어지고

햇살이 그렸거나 바람이 그렸거나

아주 알 수 없는 손으로 그렸다 해도

날마다 가는 길에 널려 있는 풍경들이 낯설다



날마다 그 길을 간다 해도 다 눈에 넣을 수는 없어

자주 끊어지는 필름처럼

소중한 기억들은 토막이 나고

길처럼 이어지는 환상의 끝

바람 앞에 서서

흔들거리는

낯선 기억의 집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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