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9. 14:22ㆍ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완주기(마라톤, 울트라)
2주전 경주 동마에서 후반부에 퍼졌다는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어제 춘마에서는 걷지 않고 무사히 완주를 했습니다.
기록이야 별로 신통치 않을지라도 초보분들에게 혹시 참고가 될까 싶어서 올려 봅니다.
거리(km) 5km구간(경주 동아) (춘마)
출발 ~ 05km 27:39 (5:32) 29:25(5:53)
05km ~ 10km 27:04 (5:25) 27:57(5:35)
10km ~ 15km 26:28 (5:18) 27:12(5:26)
15km ~ 20km 27:00 (5:24) 27:05(5:25)
20km ~ 25km 27:21 (5:28) 27:37(5:31)
25km ~ 30km 27:55 (5:35) 28:33(5:43)
30km ~ 35km 33:53 (6:47) 28:21(5:40)
35km ~ 40km 36:05 (7:13) 29:46(5:57)
40km ~ 골인 16:16 (7:24) 12:48(5:49)
13 일날 경주동마의 기록은 4:08:55 초이고,
춘마 기록은 10분 정도 빠른 3:58:32 입니다.
시기가 다르고 코스의 난이도가 다른 대회라서 단순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초반의 오버 페이스를 한 대회와 조심해서 달린 대회의 결과를 기록으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경주동마 때는 신발 탓인지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서 애를 먹었는데 제 발바닥을 들여다보니 딱딱하게 굳어 있어서
이번에는 며칠 동안 발바닥에 바셀린을 바르고 헌 양말을 신고 잤더니 그런데로 괜찮았습니다.
같은 메이커 신발이라도 크기를 비교해 보니 조금 차이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게는 좀 무겁지만 발에 맞는 신발을 신었습니다.
물론 뛸 때도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바셀린을 듬뿍 발랐습니다.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발바닥 관리를 해야겠더군요.
그리고 춘마 참가하기 전에는 처음으로 테이퍼링이란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총 연습량이 적어서 불안했지만 경주동마에 참가한 그 주는 무작정 달리는 대신에 많이 걷고 마지막 3-4 킬로는 달렸고,
춘마가 있던 그 주에는 주초에 출장을 가서 춘마 코스에 언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긴 언덕이 포함된 10km 정도씩의 거리를 이틀간 달렸습니다.
물론 마지막 1km쯤은 속도를 조금 높여서 빌드 업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이 마지막 주에는 60km쯤 걸었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 정도는 걷고 금요일과 토요일에 한 시간쯤 걷다가 대회 페이스보다 조금 빠르게 3km, 1km를 각각 달렸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제가 하던 나름대로의 카보로딩 방식이라할 수 있는 찰떡을 한 되 주문해서 사흘 전부터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사이에 정말 체중이 2kg쯤 늘어나더군요.
경주동마 때는 준비해 갔지만 먹지 않았던 파워젤류도 달리는 도중에 두 개나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기운이 쏘옥 빠지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경주동마에서는 8년 만에 처음 장거리를 달렸는데,
정확하게 마라톤벽이라는 32km 지점에서 완전히 퍼졌습니다만
춘마에서는 두 번째 달린 것이라서 동마의 실패를 머릿 속에 떠올리면서 이런 준비 끝에 나름대로 조심해서 달린 결과입니다.
춘마 코스는 초반부에 오르막도 있지만 긴 내리막이 두 서너 군데 있어서 자칫 오버 페이스를 하기 쉽겠더군요.
내리막에서 속도를 높이면 근육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알고 있기에 최대한 천천히 달렸습니다.
오르막에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달리면 조금이라도 힘이 덜 들더군요.
경주동마도 바뀐 코스는 처음 달렸고,
춘마 역시 바뀐 코스를 처음 달렸습니다.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코스의 난이도로 볼 때는 춘마코스가 경주동마 코스보다 3-5분 정도 시간이 더 걸릴듯 하였지만,
춘마 때는 경주동마보다 기온이 좀 낮았으니 운동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입장에서는 기온 덕을 좀 보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코스와 기온을 합친 조건이 기록에 미친 영향은 두 대회가 거의 같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쉬었기 때문에,
당연히 최근 몇 년 동안의 대회 기록이 없어서,
기록 미보유자로 맨 끝 그룹인 I그룹의 가장 후미쪽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에 치이고 게다가 언덕까지 있어서 초반 5km 기록은 무척 느리게 달렸습니다만
1차 반환점을 돌아서 내려올 때도 최대한 빨리 뛰고 싶은 감정을 억제하며 달렸습니다.
초반 1-2분이 후반 10-20분과 맞바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초반 페이스 조정이 중요하더군요.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 10킬로 이후에도
몇 번이나 실패했던 경주동마의 교훈을 떠올리며
조금 빠르게 달리고 싶다는 욕심을 자제하면서 조심스럽게 달렸습니다.
후반부인 32킬로미터 지점 이후의 대로에서는 무척 지쳤지만,
앞에 보이는 사람 중에 좀 안정적으로 달리는 사람의 뒤에 붙어서 얼마간씩 따라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지친 앞사람이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넘어질 뻔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브-4에 목을 맨 것은 아니었지만,
얹혀서 같이 간 지역마라톤클럽의 춘마추진위원장님(?)께서 새벽에 가는 차 안에서
서브-4를 하면 닭갈비를 먹을 수 있고,
그 이후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막국수를 드셔야 한다는 농담을 하셨기에
닭갈비를 먹어야겠다는(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합니다만) 집념으로 서브-4를 하려고
마지막까지 걷지 않았습니다.
(10여년 전 제 춘마기록은 대부분 3시간 20분대 초반이었는데
쉬는 동안에 기록이 많이 느려졌지만 지금은 이 상태로도 그 때보다 더 만족합니다.
어차피 기록을 당기려면 풀코스 완주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10km 나 하프 경기에 참여하여 스피드를 올려 기록을 앞당겨야 하겠지만
지금은 꿈처럼 요원했던 풀 코스 완주에 만족을 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시계를 보니 서브-4가 1-2분 사이로 간당간당한 시간이라서 죽을 힘을 다해서 앞 사람을 따라 뛰었습니다.
세상에 서브-3도 아니고 서브-4를 할려고 그렇게 용을 쓰고 달리게 될 줄을 이전에야 알았겠습니까?
이렇게 힘든데 다시는 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나더군요.
춘마가 제게는 늘 감동이라는 것은,
의암호의 단풍과 물안개가,
터널을 통과할 때 함성이 이어지는 그런 멋진 기억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달리면서 어떤 분들은 친구나 동료의 완쾌를 비는 문구를 적은 쪽지를 등에 달고,
자식의 합격을 비는 부모의 간절한 바램을,
제자들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선생님의 마음 등,
이런저런 사연들을 달고서 힘겹게 자신과 싸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승 지점을 10킬로 미터쯤 남긴 후반부에는 점차 걷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서브-4 라는 기록이 뭐 대단한 기록이라고 이러나 싶어서 편하게 걷고 싶은 유혹에 넘어갈 뻔했습니다만,
그 시간에도 취업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낯선 서울에 올라가 있는 둘째 딸아이 생각이 나서,
부모로서 변변하게 해 준 것이 없어 미안한 마음과 힘들지만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
끝까지 걷지 않고 달리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며 기운을 냈습니다.
나이를 좀 먹으니 왜 그렇게 눈물이 많아지는지,
노화에 따라 몸이 약해지니 마음이 따라 약해지는가 봅니다.
그래도 그 먼거리를 달렸는데도 달리고 나서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감동적인 한 편의 드라마같이 결승지점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지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달리던 순간의 고통도 다 잊고 다시 또 이곳에 올 것이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쳐다보는 그 순간에는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느린 화면으로 돌리는 영상물 같았습니다.
기록 욕심은 절대 내지 않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달려서 주변 경치도 즐기고 봉사하는 분들에게 인사라도 건네면서
여유롭게 달리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제가 올린 글을 읽고 격려해주셨던 고마운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윗글은 한 달 여 전에 마라톤 온라인에 올렸던 글입니다)
경주 동아마라톤에 참가했을 때도 컴펙트카메라를 가져 갔지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서 그냥 옷을 갈아 입고 집에 갔습니다만,
그래도 춘마 때는 여유가 조금 있어서 몇 컷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한참 지난 사진이지만 외장 하드에서 찾아서 올려 봅니다.
물품보관소에 남아 있는 짐이 많이 남아 있길래,
가장 후미 그룹의 맨 뒤에서 출발을 했으니 대충 참가자 전체의 중간 이전에는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뛰었던 I 그룹의 4:40분 페이스 메이커입니다.
이 분들도 다 저보다는 먼저 출발을 했습니다.
엘리트부문과 마스터즈 부문의 시상이 모두 끝난 뒤라서 일반 참가자들이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을 합니다.
공지천입니다.
아침에 출발했던 아치입니다.
이 때가 10월 하순이었는데,
이 무렵에 춘천의 은행나무들은 이미 노랗게 물들었더군요.
'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 > 완주기(마라톤, 울트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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