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인정에 취한 하루 (함평나비마라톤대회 참가 완주기)

2008. 9. 16. 19:59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완주기(마라톤, 울트라)

 

남도의 인정에 취한 하루


우리 나라 동쪽 끝인 포항에서 서해안 지역인 함평까지는 참 먼 거리입니다.

요즘에야 그래도 교통편이 낫다고 하지만 아직도 쉬어가면 대여섯 시간은 넉넉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제가 함평나비마라톤에 참가를 하게 된 계기는,

포항 그린넷마의 박해철님이 우리 포항마라톤 홈페이지에 올린,

함평나비마라톤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알찬 풀뿌리마라톤대회라고 소개하시면서 함평에 함께 갈 사람은 연락을 해달라는 글을 읽고 바로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바로 참가 신청을 한 뒤에 마침 같은 날에 포항해변마라톤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우리 포항마라톤 클럽에서 여러 사람이 포항마라톤대회에 자원봉사를 한다고 했고,

포항해변마라톤대회 지원 때문에 그린넷마의 단체 이동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사실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이 포항에서 광주로 가는 고속버스편을 알아보고, 일단 광주까지 가서 대회 당일날 아침에 함평으로 갈까 했는데,

고맙게도 다시 박해철님이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하시는 분들이 가신다면서 연결을 해주셔서 그린넷마 회원 몇 분과 오천 해병대 50회 클럽의 회원님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갔습니다.


낮에 조퇴를 하고 집에도 들르지 않은 채 바로 집결지로 갔는데도 광주를 지나니 밤중이었습니다. 어두운 길을 한참을 달려서 저녁 늦은 시각에 함평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군정에 바쁘신 부군수님이 나오시고 뜨뜻한 화툿불을 쬐면서 진행된 전야제에서 우리나라의 마라톤 고수들인 광화문 페이싱팀의 멤버들을 가까이서 보게 되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산고의 음악선생님이 걸쭉한 입담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멋진 분이더군요.


전야제가 끝날무렵 우리 일행은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함평읍으로 나와서 그 유명한 홍어에 탁주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처음 먹는 우리가 먹기 좋게 덜 삭힌 것을 내놓았다지만 톡 쏘는 맛이 일품이더군요.

다음날 달릴 걱정만 아니었다면 주인 아주머니의 인정과 맛깔스런 홍어 안주로 흠뻑 취해보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숙소인 야구합숙소가 깨끗하고 함께 잔 분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여 주셔서 편안하게 잠을 잤습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바라본 함평 들녘의 풍광은 한 마디로 참 멋진 곳이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보리밭을 보니 천형의 삶을 살다가신 비운의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 라는 시가 생각나더군요.


이른 아침을 먹고 공설운동장으로 가는 길에 비로소 함평 읍내를 제대로 보았습니다.


6킬로 지점 - 30분 35초

15킬로 지점 - 1시간 14분 04초

하프지점 - 1시간 42분 38초

25킬로지점 - 2시간02분54초

30킬로 지점 - 2시간 27분22초

35킬로 지점 - 2시간 53분11초

40킬로 지점 - 3시간 21분 25초(28분 14초)

42킬로 지점 - 3시간 34분 40초(13분 14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