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곡리 가는 길
2008. 6. 25. 15:50ㆍ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초곡리 가는 길
낯익은 고향바다 한 자락이 보이는 두호동 1086번지 산호아파트 3층
전셋집 출입문 쪽 어두운 방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
두 해 전 햇살 맑은 여름날에 산으로 가시더니 돌아오지 않으신다
흙으로 돌아가신 것일까
시원의 땅으로 먼 길을 떠나신 것일까
그토록 간절하던 오랜 기도 끝에
이제는 오시지 않으니
어머니 계시는 곳으로 가끔씩 찾아가는데
세상의 잘게 쪼개지는 모든 기억의 입자들
두루 먼지가 되어 어느 곳으로든 가서 닿으니
그 산길에는 이승에 두고 간 인연들이 먼지가 되어
지나가면 쉽게 와 닿는 것일까
산으로 가는 길 오른쪽
저마다 다른 크기로 자리 잡은 무논마다 뿌리내린 푸른 벼 포기
삶의 희망을 꽂던 어머니의 허리가 굽을수록
고단한 허리 기댈 곡식으로 수확되던
시간의 무겁고 실하던 열매들
인생 길 어디쯤에서 어머니는 희망이라도 만날 수 있었을까
갈 때마다 만나는 나이 어린 소나무들
해마다 조금씩 굵어지고 단단해지는데
얼마만큼 굵을 때까지 나는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함께 이웃하고 누워있는 어린양들과
서로 웃으며 손잡고 지내시는가
뼈마다 누르던 육신의 질고 다 털어 버리고 바람처럼 가볍게 달려 가실런가
가끔씩 고향 뒷산에 가서 다락논 자락 돌아보시고
영혼의 무논에서 쟁기질하는 아버지와 만나실까
초곡리로 홀로 가신 어머니
'글 소쿠리 > 자작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작화면 (0) | 2008.06.25 |
---|---|
흑백사진을 찍었었지 (0) | 2008.06.25 |
BIN 444 (0) | 2008.06.25 |
소공원의 섬 비둘기 (0) | 2008.06.25 |
서라벌의 사내 (0) | 2008.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