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5. 10:09ㆍ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오늘 아침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텔레비전을 잠시 보았는데 뉴스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묘역이 보였습니다. 공원에는 시원스럽게 분수가 치솟고 있었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더군요.
한 때는 그 곳에 다녀온 사람이 민주화 인사로 은근히 대접을 받고, 또 어떤 이는 달걀 세례를 받고 가지도 못하던 곳이었습니다마는 희생자 유족들의 변함없는 슬픔과는 달리 화면에 보이는 그 곳에는 보기에도 시원한 분수가 솟고 있었으니 세월이 가져다 준 변화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가해자들이 정권을 잡아 서슬이 퍼렇던 팔십 년대 말에는 은밀하게 떠돌던 말들에 가슴을 쓸었고,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사진을 조심스레 전하여 준 책자를 통해보면서 그 참혹함이 주는 전율에 몸을 떨기도 하였습니다.
검열이나 허가를 받지 않은 책자여서 몰래 빌려 본 그 책자에 실린 사진들은 인쇄상태가 조잡하여 색채가 흐린 사진이었지만 그 붉은 핏빛만은 여지껏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을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이니까 이십 여년의 세월이 지났고, 역사의 아이러니랄까, 세월이 흐르면 세상은 변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놀라운 변화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 발쯤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세월이 흘러 세상이 변한 것이 아니라, 껍데기로 가리고 있던 진실의 속알맹이가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습니다.
내 삶의 껍데기는 어떤 모습일까요?
................................
며칠 사이에 좀 느슨해져서 못난 꼴을 많이 보였습니다.
흐느적거렸습니다.
제대로 살아도 부족하고 짧은 생애인데.........
땅 위에 두 발을 힘주어 딛고 바로 서야한다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침에 잠깐 이 글을 씁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편견을 뺀 나머지는 모두 진실입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축 처져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모두들 힘을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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