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5. 10:12ㆍ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주변 어른들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가는 일이 잦다.
나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한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는 셈이다.
역사표의 연대기는 왕조를 중심으로 마무리되지만 개개인의 연대기는 한 사람의 삶이 마무리되면서 끝이 난다.
살면서 착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았는데 지지리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먼 친척 되는 분들은 살아계실 때 한 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거의 잊고 살다가 부음을 듣고서야 허겁지겁 찾아뵙게 되어 인생의 속절없음을 자주 느끼고 있다.
어머니 팔 남매 가운데서 일곱 번째인 어머니 혼자 남아계시고 막내이신 외삼촌마저 지난 가을에 세상을 떠나셨다.
외삼촌은 일찍 병을 얻어서 몸이 불편하고 사는 형편이 어려운 누이가 안타까워서 잔정을 많이 베풀어 주셨기에 어머니의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는 미루어 짐작이 된다.
형제는 태어날 때는 순서대로 세상에 나오지만 돌아가는 순서는 태어날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말이 없으나 죽은 이들은 산 이들에게 가르침을 남긴다.
그 가르침은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과 슬픔은 산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살아서 온갖 호의를 누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죽어서는 한갓 베 옷 한 벌 걸치고 흙으로 돌아 가서 거침없이 내딛던 발 아래에 묻혀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주의 역사를 따지고 별까지 가는 시간을 따져보면 인간이 얼마나 찰나에 살다가는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떨어지는 유성우는 삼십년 만에 온다고 하고 헬리 혜성은 사 백년을 주기로 돌아온다고 하고
은하수 근처의 안드로메다좌 까지 가는 데는 수 천 광년이 필요하다고 하니
불과 몇 십 년에 불과한 인간의 수명과 비교해 볼 때 참으로 긴 시간이다. 아니 인간의 삶이 짧고 보잘 것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흰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의 마흔 시절을 회상하면서 다음번 유성우를 볼 수 있을까?
들판의 마른 풀은 해마다 봄바람 속에서 일어나지만 인간은 기억하지 못한다.
삶의 유한성을.
날마다 유언을 하고 날마다 유서를 쓴다면 세상을 향해 할 말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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