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5. 10:05ㆍ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아쉬움이나 미련보다는 후회가 더 남는다.
매년 도민체전을 다녀봤지만 금년처럼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역시 염려했던대로 기능이나 전술의 미숙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체력이 많이 딸린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축구도 농구도 육상도.....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 종목의 경기를 하면서 심하게 헉헉거린다는 것은 그만큼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증거인데 우리는 모두 그랬다.
인문계라서 연습을 충분하게 못했다지만 내 잘못이 크다.
운동장에 나가면 어떠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잘못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맡는 바람에 어디 한 곳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육상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은 나름대로 연습을 했으니 그래도 후회가 덜한데, 육상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연습조차 하지 못하고 나갔으니......
경기의 결과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고 땀을 흘리면서 애를 쓰면서 얻는 말없는 교훈이 결코 영어 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보다 가치롭지 않은 것은 아닌데.......
경기 결과는 나빴지만 끝까지 파이팅을 해 준 농구부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졌지만 모두가 몸을 날린 사투에 가까운 처절한 경기였지. 그리고 쓸데없이(?) 많이 데리고 왔다고 체육회 임원으로부터 핀잔을 받기까지한 축구부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고맙다. 청도와의 경기는 우리가 불리했지만 배구하러 간 3학년 수비 한 명과 유도 하러 간 공격 한 명만 더 있어도 해볼만한 경기여서 무척 아쉬웠고, 첫 경기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1학년들이 제 몫을 못해서 답답했다. 경기에 모두 참여 시키고 싶어도 제한된 인원을 오더로 미리 내야하는 규정이 그렇고......
땀흘리면서 주전으로 뛴 사람도 고생을 했지만 경기장 밖에서 챙겨주고 함께 훈련을 한 사람들에게는 고마움을 함께 미안함도 함께 느낀다.
필요한 선수만 있으면 된다는 그런 생각과 연습에 충실하게 참여했으면 모두 데려가야한다는 생각이 선생과 일반인들의 차이가 아닐까?
땀을 흘리고 같이 연습을 했으면 기량이 그리 뛰어나지 않더라도 같이 데리고 가야한다는 선생인 내 생각과
경비 절약을 우선 생각하는 군 체육회 임원들과의 생각의 차이 때문에 대회 기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귀향할 때 저녁이나 점심값조차 주지 않고 보내자니 속이 많이 불편했는데,
저녁은 어떻게 하느냐고 큰 소리로 물을 때는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나도 저녁값은 받은 게 없다고 큰 소리를 질렀지.
하루 종일 운동장에 있어도 간식비 한 푼 주지 않는 것도 그렇고......
우리는 축구부가 오래 전부터 준비하면서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였었고 유니폼이나 신발에 훈련비의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 바람에 연습 기간 내내 여유가 없어 아쉬웠다.
약속한대로 체육회에서 받은 돈을 쓴 내역은 각부 주장을 통해서 유인물로 모두 알려주마.
그래도 여러 가지 물품들을 구입할 때 너희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는 점은 인정해 줄 것이라 믿는다.
체전에 참가한 3학년들 모두가 입시준비에 쫓기면서도 연습에 성실하게 참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선배 노릇을 착실히 잘해줘서 무척 대견하게 여긴다.
이제 도민체육대회는 끝났지만 또 이런 기회가 닿는다면 우리 모두 이번의 후회와 미련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
아쉬운 마음에 우선 몇 자 적는다.
글 쓴시간 : 2000/05/16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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