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을 기릅시다.

2008. 6. 25. 10:08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오늘 아침에는 날씨가 흐립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 컴퓨터에 앉아서 창문 밖을 내다보면 공설운동장 뒷산이  보입니다. 밋밋한 두 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어 어머니의 품처럼 안온감을 주는 산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저 산을 바라봅니다. 저 산보다 앞에 통신탑이 서 있는 언덕이 하나 있는데 아직은 검붉은 흙이 드러나 보이고 비닐을 어깨띠처럼 두르고 있습니다. 곧 푸른 옷으로 갈아입겠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떤 때는 두 산이 붙은 것처럼 보이고, 하나는 언덕이지요, 어떤 때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떤 때는 언덕이 산에 안겨있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언덕이 산에 안겨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흐린 시계 탓인지, 주말이라서 집 생각이 더 나는 탓인지 알 수가 없군요.

 저는 고전을 제대로 읽지 않았지만 많이 읽은 사람들을 통해서 배운 것이 있다면 옛 사람들이 으뜸으로 치는 것이 분별력입니다. 그러나 살다보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쉽지는 않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본인의 심성이 나약해서 쉽게 유혹에 끌리거나 습관이 되어서 무의식중에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있습니다.

인도의 거지 이야기를 할까요?

 어제 날짜 지역 석간신문 칼럼에는 거지가 많은 나라가 삼류국가라는 논조의 오만한 지식인의 글이 있었지만 경제수준이 문화수준이라면 대한민국도 제법 문화국가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그러나 과연 민도가 경제수준과 비례할까요?

 아무튼, 인도의 거지들은 동냥을 구걸할 때도 당당하답니다.

 빈자의 입장에서, 가진 사람들의 죄의식을 덜어주는 것도 또 다른 적선이라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좀 다르게 보면, 돈이 있다고 뻐기거나 없다고 비굴해지지 않는 태도로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착한 일을 한다고 알려진 많은 사람들이 죄의식을 들기 위한  위장으로 베풀 수도 있다는 일인데 진의도 모른 채 우리는 지나치게 칭송하거나 황송해하면서 또는 나에게 이익만 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지요?  베푼다는 핑계로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속셈을 감추는 경우조차도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행위를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나 혜택만을 우선 생각하고 묵인하고 방조하는 일은 부패를 유발하고 사회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를 돌아보고 힘들여 번 돈을 고향의 후배들을 위해 내어놓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 돈을 받는 후배들도 언젠가는 고마움을 다른 이에게 되갚는다는 것이 장학금의 참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일부이겠지만, 출세한 사람들이 고향에, 모교에 돈을 내 놓는 뜻이 순수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른바 출세한 그런 사람들이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적은 수입을 허리끈을 졸라매고 모아서 순수한 마음에서 내어놓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어야 하겠지요.

민도가 낮은 나라의 특성상 권력이나 지위에 저절로 따라오는 부정한 돈을 꿀꺽하고 조금 내어놓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잘 모르기는 하여도 우리나라의 공직자나 월급쟁이의 보수란 것이 그럭저럭 살기에 딱 맞는 정도를 결코 넘지 않습니다. 물론 물려받은 재산이 있었거나 재테크에 탁월한 재능이 있어 돈을 모은 경우도 있겠지요. 공직자나 월급쟁이라고 다 가난한 것은 아니니까요. 정말 어려운 생활을 해 온 가운데서 모은 돈이라면 눈물겹게 고맙지요. 흔한 말로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가난한 과부의 은전 한 닢이 더 값지니까요. 이런 면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학생들은 장학금의 액수에 너무 민감한 경우가 있더군요.

우리가 선의와 위선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위장이 교묘하기보다는 나와 주변에 이익만 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앞을 가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판단 기준을 우선 한 가지 잣대로 먼저 재면 된다고 믿습니다.

 돈을 내어놓는 목적이 뭔가를 판단하는 일이지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익명으로 자신을 감추고 끊임없이 내어놓는 사람도 있지만, 무슨 때가 되면 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밝혀지기를 원하면서 생색을 내가면서, 어느 날 때가 되면 무슨 자리라도 꿈꿀 때 이력서의 한 칸을 채우려는 욕심으로.......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그런 경우를 참 많이 보았습니다.

 

 이전에 제가 살고 있던 지역에 명문이라는 모 고등학교 출신 가운데 문민정부 초기에 승진의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돈 씀씀이가 넉넉해지고, 당연히 사람들의 입에 신화적인 존재로 그가 베푸는 선행이   칭찬되었고, 오를 수 있는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적당한 때에 물러나서 선거 때가 되면 여당을 등에 업고 나와서 당선이 될 것이고, 한마디로 물을 만난 고기처럼 거침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어느 날 업무와 관련된 권력을 이용하여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되어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언론을 통하여 보도가 되자 사람들은 그가 베푼 선행이 위선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때까지 칭찬하던 사람들이 더 입에 거품을 물고 욕을 하고......

 이제 그 사람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졌지만, 저는 아직도 그 잘 나가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혹시 세월이 흘러서 사람들이 잊어버릴 때쯤 되면 국회의원이라도 한 자리 하겠다고 슬그머니 나설지도 모르지요.

 이전에 긁어모아 숨겨둔 돈을 마구 뿌리면, 아직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작은 이익을 기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땅의 생리로 볼 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부당하게 돈을 긁어모아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사람 가운데 하나인 모(?)통이 큰집에도 다녀오고, 법원에서,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여 모은 돈을 국가에 내라는 추징금은 내지 않고 무리를 몰고 다니면서 돈을 퍽퍽 쓰고 다니는데, 지금 3학년들이 설악산에 수학여행을 갔을 때 우연하게 만나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고맙게도(?) 사진을 커다랗게(11*14) 빼서 학생 수 만큼이나 보냈는데, 공짜라고 그 분의 통이 크다고 감읍하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참 서글펐습니다.

도대체 그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인데.......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정 치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토속적인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도둑질하고 협박하여 강탈한 돈을 조금 베풀어, 의리가 있는 선배, 화끈한 선배라고 칭송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가 도둑질한 것이나 강탈한 것들은 결국은 다수의 보이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의 몫을 뺏은 것임에도 불구하고요.

힘없는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고도 쉽게 번 돈을 뿌리고 다니면......

어린 후배들을 폭력조직으로 끌어들여 발목을 뺄 수 없는 나쁜 길로 몰아넣고도 자신은 힘있는 유명인사로 행세를 하는 이도 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어른들이 없는 영양은 참 좋은 곳입니다.


 아침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하면요, 분별력을 지니자는 것입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뺏기거나 손해를 보면 크게 흥분하면서도, 우리 삶을 억누르는 모순 된 사회 구조나 제도에는 무관심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학교생활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까? 당연히 지켜야 될 것들을 지키지 않는데도 친구라거나 옆자리에 앉았다고 그냥 묵인하는 일은 없나요? 충고하기 어렵거나 힘들겠지요? 먼저 자신의 행동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그런 염치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거꾸로 부러워한 적은 없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요즘 분별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인간적이라는 말로 옳지 않은 일에도 쉽게 동의하고,

혀끝의 쾌락에 너무 자주 빠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임감 있게 해야 할 일들을 피하고 방관하고 있습니다.

아직 치매가 올 때가 아닌데도 가끔씩 멍해집니다.

교사로서 제가 가지고 있던, 사명감이라고 여기며 소중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스스로 팽개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닌데 자주 무너져버립니다.

나이에 걸맞는 분별력이 부족합니다.

지금은 저를 다스리는 일이 제일 우선되는 일입니다.

자제력은 분별력이 있어야 따르는 것이니까요.


주말입니다.

혼자있는 시간을 만들어 저를 돌아보겠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아침 소나기가 참 시원하게 내렸습니다.

말이 아닌 글이라서 조심스러워집니다.

더구나 읽는 사람들 염두에 두는 글이므로 ........

하기 어려운 말은 글 줄임표(.......)로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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