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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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가족
고구마 가족 어둔 땅 속이라도 서로 사랑한다면 푸른 어미 젖줄에 사이좋게 매달려 따뜻한 땅 속 흙집을 짓고 온 형제가 오순도순 등 맞대고 살아가니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나서 환한 세상으로 나와 따뜻한 웃음 햇살처럼 나누고 살고 싶지 여러 식구들과 함께 햇살 바래기를 하며 이웃들의 발그스레..
2008.06.25 -
수반 위의 고구마
수반 위의 고구마 한 모금만큼의 물과 한 자락의 햇살만으로도 몸속에서 넉넉하게 키워낼 수 있는 푸른 세상 하나
2008.06.25 -
엄마 잘 받아요!
엄마 잘 받아요! 우리 편이 뒤지고 있는 물 풍선 받기 단체 경기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소리 지르는데 어느 새 닥친 내 차례 엄마 손 꼭 잡고 한 주먹 불끈 쥐고 내달리는데 땀에 미끈거리는 마음이 먼저 달려가고 발끝으로 긴 널을 힘껏 밟으면 널 끝 소쿠리에 담긴 노란 물 풍선 하늘로 휘잉 ..
2008.06.25 -
일곱 번을 달린 운동회
일곱 번을 달린 운동회 밤 내내 어두운 하늘 쳐다보느라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어 늦잠을 자다가 아침 해가 창가에서 톡톡 잠을 깨워 놀라서 일어난 운동회 날 일 학년부터 육 학년까지 모두 모아도 쉰 명도 안 되는 작은 우리 학교 운동회 날 운동장의 구경꾼보다 바다에서 구경 온 갈매기가..
2008.06.25 -
낮잠을 자다가
낮잠을 자다가 어머니 옆에 누워 이야기책을 읽다가 깜박 잠이 들었는데 잠은 깼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천장만 들여다보며 안타까워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늘 보이던 꽃무늬 천장대신 웃는 어머니 얼굴 눈앞에 가득하니 어느 사이 슬그머니 마법이 풀려 따라 웃어버리지만 한참을 지나도 알 수 없..
2008.06.25 -
자장암 가는 길
자장암가는 길 낮잠을 깬 목마른 산 물 마시러 연못가에 내려와 물 속에 비친 제 얼굴 오래 들여다보고 있고 먼지가 발목 위에 냉큼 올라앉아도 숨가쁘게 굽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모퉁이 돌 때마다 심술궂게 길을 막고 서 있는 큰 바위 하나 옷을 벗고 한꺼번에 비탈에 나와 서서 볕 바래기를 하다..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