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소쿠리/자작 동시(35)
-
사진을 찍으면서
다 함께 김치 지금 이대로가 좋아 시간이 한꺼번에 멈추어버린 종이 위 나란히 얹혀 웃는 얼굴 셋 유리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색 웃음 세 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사진 속에 뜨는 고운 무지개 세상 웃음이 한꺼번에 다 들어있는 꿈이 담긴 무지개 하나
2008.06.25 -
마을이 가장 늦게 잠든다
마을이 가장 늦게 잠든다 불을 밝히고 돌아다니던 차도 어두운 길모퉁이에 서 있던 가로등도 창에 불을 켜 두었던 몇몇 집들도 불빛 아래 나와 놀던 골목길도 모두 잠들었는데 아직 잠들지 않았는지 돌아누워 뒤척이다가 가장 늦게 잠이 드는 마을
2008.06.25 -
학원 갔다 오는 은비
학원 갔다 오는 은비 초록 색 붉은 색 초록 색 또 이어서 붉은 색 초록 색 붉은 색 길바닥에 이어지는 네모 무늬 위 번갈아 밟고 가며 한 발로 깡충깡충 뜀을 뛸 때마다 노란 옷 노란 모자 개나리 꽃잎이 되어 함께 춤추고 자그만 학원가방 팔랑팔랑 흔들면 쳐다보는 길가의 나뭇잎들 함께 우쭐거리고 ..
2008.06.25 -
알자리
알자리 아파트 뒤쪽 출입문 근처 놀이터 옆 꼬마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기린 미술원 학원 둘이 어깨 겨루고 있는 건물의 입구 조무래기 끓는 동네 길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무허가 포장가게 어렵게 장사하던 이들 모두 돈을 모아 번듯한 가게 하나씩 차려 나갔는데 두어 해 동안 떡볶이와 어묵을 팔던 겨울 삭정이 같이 바싹 마른 아줌마 3층 건물 맨 아래층 한 간 빌려 미소분식 사장님이 되어 날마다 싱글벙글 웃고 있고 호떡을 팔던 얼굴이 둥근 또 다른 아줌마 시장 입구에서 알차게 빈자리 채운 반찬가게를 열어 손에 물마를 날이 없는데 오늘 낮에 그 자리 찾아든 붕어빵 장수 아저씨 얼굴 주름이 굵은 사람 마침내 알자리에 둥지를 틀었는데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 오랜 가난 털어 내고 그 알자리에서 무사히 부화될까 가난을 이겨..
2008.06.25 -
솔이 오빠야
솔이 오빠야 외갓집이 있는 시골 동네에는 놀이터가 없지만 솔이 오빠가 두 팔을 벌리고 서면 맑음이와 누리가 매달려 그네를 타고 넓은 등을 쑤욱 들면 하늘이가 쭈룩 미끄럼을 타고 유림이는 또 등에서 이랴 끼랴 소리를 지르며 말을 타고 소라가 목 위에 걸터앉으면 혼자 키가 쑥쑥 자라나 높은 데..
2008.06.25 -
우리 동네
우리 동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한바퀴 돌면 골목을 지나가던 바람이 뒤따라온다. 언니와 머리를 다듬으러 갔던 가위와 빗 머리 방은 우리 이웃이고 하얀 구름이 모여 있는 눈송이 솜 집은 내 친구네 집 쪼그마한 개들이 웅숭그리는 동물농장을 지나 아픈 이 빼러갔던 바른 이 치과 옆을 돌아가면 갈..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