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9. 16:36ㆍ지난 이야기/예주고을 이야기
저녁을 먹고 학교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한낮에는 무덥지만 해풍이 불면 시원해집니다.
바닷물이 찬 지 엷은 안개(해무)가 들판까지 몰려오기도 합니다.
연평들판에 논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잊혀진 말이지만,
이전에 지독하게 가난하던 시절에는 "보릿고개" 라는 말을 했지요.
험하고 높다는 그 어느 고개보다 더 넘기 힘들었다는 배고픔의 고통을 겪던 시절 이야기인데,
기숙사 식당의 잔반통에는 배식하고 남아서 버리는 하얀 이밥으로 가득합니다.
아직도 정말 살기 힘든 사람들도 많다지만,
먹는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고통은 거의 사라졌고,
이제는 오히려 많이 먹은 것을 억지로 소모한다고 생난리를 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밥 한 끼 굶으면 죽는 줄 알고 있는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삼시세끼 꼭꼭 찾아먹고는 이전보다 덜 움직이니 느는 것이 몸무게입니다.
이전에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보리 농사를 지어서 서울 사는 조카(제게는 이종사촌형님)에게 보내곤 했습니다.
당뇨가 있던 형님은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보리밥을 드셨다고 합니다.
가뭄이 심합니다만 들판에는 모심기가 한창입니다.
이제는 전부 이앙기로 모를 심으니 어느 때가 되면 이내 파릇파릇하게 바뀝니다.
곧 보리 수확을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고장에서는 아주 대하기 어렵고 매사에 까다로운 사람을 "보리까끄래기" 라고 합니다.
이 말이 있듯이 낫으로 보리를 베면 보리의 날카로운 끝부분이 등을 콕콕 찌르던 생각이 납니다.
이제는 모두 기계로 수확을 하니 그런 아픔은 느낄 일도 없지만요.
학교 건물과 예주비치 아파트입니다.
칠보산쪽인데 해무로 산은 보이질 않고 연평 동네만 보입니다.
상대산 정상에 있는 보기 흉하던 철구조물이 철거되어 산 모양이 괜찮아 보입니다.
영해고등학교 건물입니다.
교실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저 불빛이 자식을 우리 학교에 보내신 부모님들에게는 희망이지요.
가까운 들판을 한바퀴 돌아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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