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에 참가합니다.

2012. 11. 2. 15:19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두리번 거리면서 걷기

내일(3일)은 제 11회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저녁 7시 40분 경에 경주 황성공원에 있는 운동장 근처에서 출발을 하여,

 보문- 덕동 - 추령재 - 장항리 - 석굴암 - 불국사 - 통일전 - 박물관 - 천마총 - 황성공원으로 이어지는 66km(165리)의 길을

 다음날까지 걷는 행사입니다.

 

저는 이 대회에 3번째 참가를 합니다.

가까운 곳에 이런 걷기대회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이전에는 마라톤대회 일정과 겹쳐서, 그리고 섬지역 근무 사정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참가를 하였고,

걷기의 매력에 푹 빠져서 메니아가 되었습니다.

 

 

석달 전에 신청을 해두고 틈을 내서 걷고, 달리면서 이날을 기다려왔습니다.

 

 

 

사진은 지난 해 참가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완보 후에 찌그러진 모습입니다.

 

 

 

 

 

 식전행사입니다.

 

 

 

 

 

 출발직전의 모습입니다.

긴장과 설레임 속에서 기다립니다.

 

 

 

 

 

 짐꾸러미입니다.

올해는 짐이 좀 무겁더라도 야간에 촬영이 가능한 사진장비를 챙겨갈 작정입니다.

 

 

 

 

 

완보확인을 위한 체크 카드입니다.

 

 

 

 

 

지난 해까지는,

경남 양산의 양산고등학교, 칠곡의 순심중고등학교와 순심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했는데,

올해는 포항 이동고등학교, 양산의 가야고등학교 학생들도 단체로 참가를 한다고 합니다.

 

 

경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걷기대회 홈페이지에 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고 올렸던 글을 이곳에 옮겨 봅니다.

 

 

 

 

 

제목 :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젊은 학생들에게

 

올해도 어김없이 11월은 다가오고, 11월 3일에는 달빛이 환한 토함산자락을 걸을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시간을 내서 달리고 걸으면서, 건강하게 두 발로 걷고 달릴 수있는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같이 달빛을 맞으며(?) 걸을 참가자 인적사항을 보니,
나보다 40년이나 더 젊은 학생들도 많이 참가한다고 하여,
그들의 씩씩한 모습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렙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고등학생들이 평소에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싶어서 사족같은 이야기를 몇 가지 늘어놓겠습니다.

걷는다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달리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다 완보를 할 수 있을 것 처럼 생각이 되지만,

몸은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도 더러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압니다.

평소에 우리가 움직이는 거리를 한 번 따져 본다면,
30킬로미터나 66킬로미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먼 거리입니다.
어지간한 중소 도시는 시 외곽에서 시내 중심을 가로질러 반대쪽으로 이동을 해봤자 불과 10킬로 안팎인 곳이 대부분입니다.
조금 먼거리는 대부분 차로 이동을 하니 몇 십 킬로미터가 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자동차가 아닌 자신의 두 발로 이동을 해보면 십 킬로쯤 되는 거리가 정말 먼거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30킬로미터나 66킬로미터는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이제 대회 날짜가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았으니 처음 참가하는 젊은 학생들은 준비를 단디해야 할 겁니다.
지금부터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조금씩이라도 걷고,
신발도 오래 신고 걸어도 발에 불편한 점은 없는 지 확인하고......
밤을 새워 걸으려면 필요한 것이 뭐가 있는지 165리 공지사항과 참고가 될만한 글을 읽어보고 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저녁 7-8시 경에 출발하니,

다음날 아침 나절에 결승지점에 도착할 정도로 빠르게(?) 걷는 사람은 그래도 낫습니다만 지쳐서 한낮의 땡볕 아래 오래 걷는 다면 정말 힘이 듭니다.
비교적 먼거리를 자주 두 발로 이동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하자면,
걷다가 발병이 나면 정말 꼼짝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지난 해에도 보니 후반부에 다리를 질질 끌고 고통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포기한 사람도 많았고요.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주최측에서 중간 중간의 갈림길에서 워낙 안내를 잘 하고 있으므로 길을 잃거나 할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먹거리를 주는 곳도  두 서너 군데는 되니 배가 고파서 걷지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없을 것입니다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 걸으면서 준비해 간 간식을 나누어 먹는 것도 걷는 도중에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니,
자신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두 서너 가지 준비를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먹으면 든든하고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들로는,
초클릿 사탕이나 초코파이 등과 비스킷이나 마른 과일이나 아몬드나 땅콩 등 견과류 종류,

영양바 종류 등도 괜찮고, 떡집에서 파는 포장된 작은 덩어리 찰떡 종류도 괜찮습니다.

밤 사이에는 물을 마실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한 두병 정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낮에는 불국사 아랫쪽이나 박물관 근처 가게에서 사먹을 수도 있습니다.
쥬스나 팩음료 등을 추가로 챙겨가는 것도 괜찮습니다.

날씨가 맑다면, 걷는데 가장 큰 문제가 물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전통 가락인 아리랑에,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아마도 물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집이 잡히면,

발바닥을 땅에 바로 딛지 못하고 변형된 자세로 걸어야 하고,

그러다보면 허리나 고관절에 상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물집을 방지하기 위해서,

발가락 사이에 바셀린을 듬뿍 바르거나, 접촉이 많은 발가락은 스포츠 테이프나 반창고 혹은 1회용 밴드로 감싸기도 합니다.

또 발바닥 앞면에 스포츠테이프나 반창고를 붙이기도 합니다. 

신발의 크기도 문제인데,  몇 년 전에 여유가 없이 딱 맞는 신발을 신고갔다가,

석굴암에서 불국사로 내려오는 계단길에서 고통을 겪었습니다.

뒷걸음질을 치다가 옆으로 걷다가...... 하여튼 온갖 짓을 다했습니다.

면양말은 조금만 걸어도 땀이 차므로 얇은 등산양말 종류를 신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만

굳이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면 중간 중간에 쉬면서 양말을 갈아 신으면 됩니다.
갈아 신을 양말도 필요하고, 새벽녘에 닥칠 추위에 대비해서 보온을 할 옷도 필요합니다.

바람막이 종류나 부피가 작은 다운 점퍼 같은 게 있으면 배낭에 넣어 다니다가 쉴 때 꺼내서 껴입으면 좋습니다.
그리고 출발할 때는 조금 춥게 느껴지더라도 옷을 두껍게 입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움직이면 곧 땀이 나니까요.

토함산 자락에서 맞는 새벽은 무척 춥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면 체온을 쉽게 뺏겨 한기가 듭니다.
지난해 새벽에 석굴암 주차장에서 국밥을 먹는데 떨려서 혼이 났습니다.

땡볕 아래 걸을 때는 창이 있는 모자를 준비하면 괜찮고요.
장갑 같은 것을 준비해서 끼는 것도 보온에는 좋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걱정은 당일 기상 상태입니다.
날씨가 맑다면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만약에 날씨가 흐려 비라도 내린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혹시 대회에 임박하여 기상 상태가 불안정하면 준비에 필요한 글을 다시 올리겠습니다.

열흘쯤 남은 지금은 그저 '제발 날씨가 좋아라'고 빌고 있습니다.

밤을 새워 먼 길을 걷는다는 것이 지치고 힘들지만,
모처럼 자신을 돌아보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을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자신의 한계나 인내심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올해도, 경남 양산의 양산고, 가야고,

칠곡 순심의 학생들이 단체로 참가를 하던데 길에서 만나면 내가 먼저 아는 체를 하고 인사를 하겠습니다.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경험은 없지만 용기와 패기가 있으니 충분히 완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된 용기는,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사전에 준비를 하여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제대로 준비해서 모두 완보의 기쁨을 맛보기 바랍니다.

혹시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중간에 포기를 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경험을 한 것이니 도전 자체가 헛된 것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들 인생에서 부닥칠 새로운 경험 가운데 하나인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 참가가 부디 좋은 추억으로 남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용기를 지켜보면서 나 자신도 포기하지않고 완보를 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사실 165리 길을 걷는다는 것은 특별하게 훈련이 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찾아서 이 짓을 하는건가?' 하고 후회가 될 때도 있습니다만,

완보 후에 느끼는 뿌듯함에 순간의 고통을 다 잊어버리고 다시 또 다음 대회를 기다리게 됩니다.

살다가 가끔씩 힘들 때마다 고통을 이겨냈던 순간을 떠올리며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요?
힘드니까 끌리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이 신라의 달밤 걷기대회입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니 힘찬 첫걸음을 내디딥시다.

수 천 명이 동시에 이동을 하니 보문호수까지는 빨리 가려고 조바심을 내지말고 흐름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이 상책입니다.
큰 도전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합니다.
(글을 몇 차례 고쳤습니다)


경북 의성 탑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러분보다 조금 더 나이 든 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