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 09:33ㆍ사진 소쿠리/산천경계 사진
금성산 자락의 위치가 좋은 곳에 천 여 평 남짓한 작약밭이 있습니다.
지난 해 봄에 의성에 와서,
혹시 사진 찍기 좋은 위치에 작약밭이 있을까 하고 정찰을 하다가 이 곳을 발견하였을 때,
작약꽃의 붉은 자태에 현혹되었는데,
조경용으로 심어 둔 조문국사적지 작약꽃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꽃이 싱싱하고 빛깔이 화려하였습니다.
올해도 기대를 잔득하면서 5월 중순에 확인하였을 때,
꽃망울이 부푼 정도가 조문국사적지의 작약보다 2-3일 정도 늦은 것 같아서,
어느 날 아침에 다시 가봤는데.......
아뿔싸,
꽃을 다 날려버렸더군요.
지난 해에는 꽃이 활짝 핀 뒤에 꽃을 날려버려서,
그 전에 사진을 몇 번 찍었는데,
올해는 피기도 전에 깨끗하게(?) 날려버려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광경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에, 한마디로, 허탈하더군요.
이제 작약꽃도 한물이 지났고,
양식거리가 떨어진 가난뱅이처럼,
뭐 사진 찍을거리가 없나 하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서 안개가 낀 시골길을 따라가다가 다시 이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작약꽃이 여러 송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대가 올라올 때 옆가지에서 맺은 봉우리였습니다.
지난 해와 비교하면,
기대 이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냥 한 번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접사 사진도 곁들입니다.
영랑의 싯구가 생각나는 때입니다.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 대신에 "작약"으로 두 글자만 바꾸면 됩니다.
아래는 시 전문(全文)입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작약을 여인으로 치면, 30대 중반을 넘긴 농염한 여인네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깊은 속에 끌리는...... 검은 부분이 잘려나간 꽃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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