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3. 12:07ㆍ지난 이야기/흰소리
올해는 토끼의 해라고 합니다.
원래 주역을 바탕으로 하는 띠라는 개념은 음력에 맞는 절기이지만 요즘은 혼돈한 탓인지 섞어서 이야기를 합니다.
올 한 해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따뜻해지기 바랍니다.
울릉도에 5년 살면서 눈은 한없이 보았습니다만,
포항에 눈이 이렇게 내리는 것은 오랫만에 봅니다.
눈내리는 일이 드문 포항은,
대개 눈이 반가운 손님처럼 소리소문없이 밤사이에 내려 아침에 창밖을 내다볼 때 짧은 탄성을 내지르게 합니다만 오늘은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파트 가장 꼭대기층에 올라가서 사진을 몇 컷 찍고, 거실에서 눈이 내리는 창밖을 쳐다 봅니다.
지난 31일날 진주에 내려갔다가 어제 오후에 포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연말이라서 장인어른 혼자 계시는 처가에 들런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갓 돌을 넘긴 외손자 녀석이 귀한 티낸다고 병원에 입원을 하는바람에 겸사겸사해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
어제는 이 카페에 들러서 알게 된 문산 청곡사입구에 있는 동엽이네 가게(나는 이렇게 부르길 좋아합니다)에 들러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바로 포항으로 올라왔습니다.
착하고 부지런한 동엽이 내외가 만들어준 음식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지금껏 내가 먹어본 닭으로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맛깔스러웠습니다.
사실 그 전날인 1일날 밤에 동서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어서 분위기 부드럽게 푼다고 저녁 식사 후에 동서네 아파트 근처의 호프집에 가서 늦게까지 술을 많이 마셔서 부석부석했기에 30여년 만에 처음 보는 제자네 가게에 가기가 미안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꼭 그 가게에 간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처제가 바람도 쐴겸에 청곡사에 다녀오자는 이야기를 하길래 선뜻 나섰습니다.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이 딱 맞다는 것을 느끼고 왔습니다.
24일날 방학을 하고도 뱃길이 끊겨 나오지 못하다가 28일날 갑자기 배가 들어오는 바람에 무슨 월남패망후 탈출하던 사람처럼 허둥지둥 나왔습니다. 옷가지와 운동 장비 등 모든 짐을 실어둔 차는 차례가 되지 않아서 갖고 나오지 못했지만 몸이라도 집에 오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그날 나오지 못한 동료들은 아직도 울릉도에 갇혀 있으니 말입니다.
가만히 손을 꼽아보니 이제 여러분들 나이가 마흔을 훌쩍 넘었더군요.
28년 전에 만났으니.......
그 때 열네살이던 여러분들은 이제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지요?
나는 또 외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환갑(?)이 되고요.
그런데도 나는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니 여전히 중학교 1학년 수준의 정신상태를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은, 스쳐가는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이,
특히 여러분들이 올곧게 잘살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 있으니 기쁩니다.
시골로만 옮겨다닌 내 근무 이력 탓에 시쳇말로 대단한 출세를 한 제자들은 별로 없지만 정이 넘치는 사람들은 널려 있습니다.
좋은 말로 복을 짓고 덕을 쌓는다는 말은, 남들이 듣기 좋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그런 믿음을 가질 때 스스로 행복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1년 365일 모두는 아니라도 대부분의 날들을 행복하게 삽니다.
동엽이네 가게에 갔을 때 늘 습관처럼 덮어쓰고 다니는 모자를 쓰고 갔더니 처음에는 못알아보더군요.
그랫지만 동엽이가 내게 복짓는 말 한마디를 해주더군요.
'별로 변하지 않으셨다고......'
머리카락이 다 날려가버렸고 남은 몇 가닥도 흰물이 든 것이 더 많아 초로의 늙은이가 되었는데......
참 고마운 말이더군요.
또 그말이 그대로 믿어져서 더 행복했습니다.
연말에 받은 따뜻한 정성이 담긴 메일과 격려 문자 몇 통 때문에 올겨울을 한결 따뜻하게 지낼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눈은 몇 시간 째 이어서 내리고 있습니다.
올 한해 두루 복 짓고 이웃에게 많이 나누기 바랍니다.
잠깐씩 들러서 늘 훔쳐만보다가 오랫만에 또 글 남깁니다.
포항집에서 이원락선생이.
집 베란다에서 바다가 보입니다.
1월 1일날 서포에서 바라본 노을
사진 속의 다리가 남해대교지요?
'지난 이야기 > 흰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승의날 선물을 받았습니다. (0) | 2011.05.18 |
---|---|
사진 실력은 노력만큼 늘어 갑니다. (0) | 2009.09.23 |
오랫만에 문을 엽니다. (0) | 2009.08.11 |
딸의 운명은 엄마를 닮는다? (0) | 2009.06.11 |
바다가 육지라면......... (0) | 2009.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