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3. 09:26ㆍ지난 이야기/흰소리
저도 아직 많은 것을 배우는 입장에서 섣불리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저 자신이나 주변 분들을 살펴보면 사진 실력은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만큼 늘어 갑니다.
사진 공부를 하다보면 생각보다 배워야할 것도 많고, 갖추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누구나 다 먹고 살기에 바빠 사진을 배우거나 찍을 시간을 내기가 어렵고,
경제적인 이유나 다른 곳에 지출을 해야할 곳이 더 많아서 장비를 마음먹은대로 마련하기 어렵습니다만,
어느 것을 우선 순위로 두느냐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요?
어쩌다보니 저도 제 카메라로 작품사진이랍시고 사진을 찍은 지가 이 십년이 넘었습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국단위의 공모전에 첫 입상을 한 것이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88년도니 스무 해가 더 지났습니다.
물론 그 동안 일관되게 사진에 매달린 것은 아니고 어느 순간에는 사진과 거리를 두고 지낸 적도 있지만,
늘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습니다.
열정이 미약했던 저와는 달리 비슷한 시기에 사진을 같이 시작한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어떤 분은 한사전(韓寫展)이나 도전(道展)의 추천작가가 되어 있고,
또 어떤 분은 사진학원 원장이 되어 있고,
또 다른 몇 분들은 지방에서 꽤나 알려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돌며 미적거리고 있습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무슨 실적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천성이 게으르고 여기저기 직장 때문에 떠돌아 다니면서,
특별히 어느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경력에 비하면 동호회 활동 등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만,
고향에서 근무를 할 때는 대구 경북 지역의 사진전문동호회이던 대구영상회 라는 곳에 이어서 포영회라는 포항지역의 사진동호회에 가입하여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초보 수준이던 저와는 달리 대구 경북지역의 쟁쟁한 사진가들과 만나고 눈동냥 귀동냥을 한 것이 참 많습니다.
또 포항지역에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던 분들도 두루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던 정기 모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몇 시간이 걸리는 대구까지 갔다가,
모임이 끝난 후에 돌아올 때는 막차가 끊겨서 늦은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추령재를 넘어오곤 했습니다.
포항 모임 역시도 끝나면 막차 타지 못했으므로 비포장도로를 털털거리는 작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녔습니다.
힘들었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고,
사진에 푹 빠져서 살짝 미쳐(?)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요즘처럼 인터넷에 사진관련 정보가 넘치는 시대가 아니라,
책을 통해서 일부 정보를 얻는 것이 유일한 사진지식 습득 방법일 때,
주위 분들의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사진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사진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끄러운 것은,
제가 찍고 싶었던 사진의 어느 한 분야에 매달려 한 우물을 파야 하는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죽도 밥도 아닌 상태입니다.
다양한 사진 분야의 탐색이 영 소득이 없는 활동은 아니었지만 전문가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아는,
사진을 제대로 잘 찍는 분께서,
사진을 배우겠다고 매달리다시피 하는 어떤 사람에게 10년이란 세월을 투자하라는 말씀을 했더니,
그 뒤부터는 얼씬도 하지 않더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 속담처럼, 한 술 밥에 배가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배고플 때 먹는 한 술 밥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이든지 처음에 시작을 하면 당장에 커다란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매달려서 시도를 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가 옵니다.
처음에 많은 분들이 사진을 배워보겠다고 하셨지만,
뭐 당장에 이해도 잘 되지 않고,
가르치는 것도 두서가 없어서 그런지 대부분 다 중간에 그만 두셨습니다.
제게는 반성할 일이고, 그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진강좌를 연다고 해놓고,
더러는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시작했는지 후회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먼저 경험한 일이나 알게 된 작은 지식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기쁜 일이 있겠습니까?
처음과는 달리 몇몇 분들이 찍어서 보여주시는 사진을 보면서,
놀랄 때가 더러 있습니다.
구도를 잡는 감각이나 사진 소재를 발견하는 눈썰미가 눈에 띄게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르친 것은 없지만,
사진을 찍은 분이 노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사진에 대한 간단한 지식은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에게나 알려드릴 수 있지만,
감각을 높이는 일은 대부분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고 합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아도 이 말이 맞습니다.
좋은 사진을 많이 보시고,
많이 찍으시고,
혹시 실패한 사진이 있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생각 해보시기 바랍니다.
사진공부는, 실패한 사진을 통해서 배울 일이 더 많습니다.
미당 서정주선생님은, 인생의 8할이 바람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감히 이야기 합니다.
제가 찍는 사진의 8할은 실패라고요.
제가 가끔씩 보여드리는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의 1할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 버리는 실패한 사진이라고요.
그러나 8할의 실패를 두려워 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습니다.
가을 하늘에 구름이 참 좋습니다.
곧 섬 곳곳에 단풍이 물들면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우리 속도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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