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8. 15:13ㆍ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완주기(마라톤, 울트라)
멀고도 험한 길(고성마라톤 참가)
- 장소 : 고성읍-동해면
- 시간 : 3시간 51분 10초 (10:30 - 14:21:10)
- 거리 : 42.195km
- 종류 : 대회참가
- 페이스 : 5'29"/km
- 속도 : 10.95km/h
- 운동화 : -젤 디에스 트레이너 7
10월 하순의 경주 동아 오픈 이후로 참가를 신청한 풀 코스 두 대회(영남마라톤, 호미곶마라톤)를 바다 날씨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고 한 해를 보냈다.
10월 한 달 동안에 대회에 참가하여 풀 코스를 세 번이나 무리하게 달린 탓인지 어느 분의 말처럼 공황상태로 보냈다.
마지막 경주대회는 몇 분만 여유있게 달려도 되었을텐데.........
달리려고 육지로 나올 때마다 제 날짜에 못들어가서 직장의 윗사람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었고, 엎친데 겹친격으로 하늘은 여전히 번번히 뱃길을 막았고........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반갑게 얼굴을 대했던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해병대에 근무를 하는 조카와 함께 달리려고 벼렀던 호미곶대회 불참은 달리고자하는 의욕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듯했다.
눈이 내려 길이 빙판이 된 12월 초순의 어느 아침 출근길에 풍경 사진을 찍으려고 한 눈을 팔다가 빙판에서 넘어지면서 어깨를 다친 이후로 이런저런 사정으로 달리기를 할 수 없었으니 먼저 체중이 넉넉해졌다.
아직도 꿈을 버리지 못하고 도전을 하는 신춘문예에 보낼 글을 다듬으며 눈이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자니 지난 여름에 달렸던 일들이 꿈속처럼 아득해졌다.
내가 과연 무슨 열정으로 그리 달릴 수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이제 또 그리 달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고성대회는 방학 중이니 무조건 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일찌감치 신청을 했는데 울릉도에서 성인봉 심설산행을 하면서 무리를 한 탓인지 어깨 부상이 좀처럼 낫지 않았고 육지로 나와서는 연수와 모임이 겹쳐서 대회 이전 한 달 동안에 50킬로도 못 달리고 참가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하도 오래 달리지 않았으니 조금만 무리를 해서 달려도 부상이 겁이나서 집근처에 있는 바닷가 모래 사장에서 조심스럽게 천천히 조금 뛰었을 뿐이다.
아스팔트 위를 제대로 달려 본 지가 석 달이 넘어버렸기에 걱정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달리다가 힘이 들면 걷기라도 할려고 대회에 참가를 했다.
속으로, 한 석달쯤 달리지 않았으니 내 몸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을 하고 싶기도 하였다.
이것도 경험이니까 내 일로 받아들여야 할 터였고........
17일날 창원에서 열린 총동창회 모임에 갔다가, 1년만에 왔다고 반갑게 대해주는 동기들이나 선후배들과 술도 한 잔 나누지도 않고 기다리는 가족 핑게를 대고 먼저 길을 나서서 진주 처가와 동서집에서 머물다가 대회날 아침에 하프코스에 참가하는 하늘맑음 동서차로 고성으로 내려 갔다.
하도 오랫만에 대회에 나서니 모든 게 낯이 설고 어색하였다.
겨울 대회에는 처음 참가를 하니 도데체 뭘 입고 뛰어야 하는 지 망설이느라 몸도 제대로 못 풀고 머뭇거리다가 출발을 늦게 하여 허겁지겁 목표로 한 네 시간 페이스 메이커를 찾아서 따라 뛰었는데 예상대로 몸은 출발부터 천근만근이었고 풀 코스의 절반도 달리지 않아서 어깨와 다리 근육들이 내 무모함을 질타하며 아우성이었다.
오랫만에 디뎌보는 아스팔트에 닿는 발바닥은 따갑기만 했다.
달리는 내내 내 몸이 종합병원이라고 여겨졌다.
몸 곳곳이 쑤시고 아픈 게.........
숨은 생각보다 그리 차지 않았는데 다리를 비롯한 온 몸의 근력이 무척 많이 떨어져 있으니 풀 코스 달리기는 무리라도 한참 무리였다.
그런데도 5킬로 조금 더 지나서는 다시 세시간 사십분대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뛰었으니 한 마디로 정신이 나간 짓이었다.
반환점을 지나서 28킬로 지점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놓치고나서 이후로는 달리기가 아니라 경보를 한 셈이다. 30킬로 이후에 만나는 거리 표지판이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 지.......
나를 휙휙 스치며 추월을 해 가는 이들이 부러워서 물끄러미 쳐다보았지만 그리 부끄럽지는 않았다.
어쩌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만하기에 천만다행이라고.......
마침 이 날은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라서 아이들에게 오늘도 달리느냐고 항의를 받았지만 장모님 목욕을 시켜드린다고 함께 가지 않는다던 아내가 고맙게도 고성까지 따라와 주어서 추운데 떨면서 기다릴 아내 생각으로 다리를 끌면서 걷다가 달리다가 했는데 결승선이 보이는 지점에서도 어쩔 수 없이 걸었으니 조금은 비참했다.
달리다가 이경두 원장님이나 다른 런다 회원님들을 몇 분 보았고 또 내 유니폼의 이름을 보고 고맙게도 힘을 외쳐준 분들도 몇 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일지 관리에 너무 소흘했기에 자격지심으로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말았으니 부끄러웠다.
비록 쉬원찮게 달렸지만 누구 말처럼 모처럼 LSD를 하는 기분으로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달렸으니 조금은 성과가 있었다.
동아 때는 이런 일이 없을거라는 확신도 생기지만, 달리러 나올 수는 있을런지 알 수 없으니..........
여전히 대회에 참가한 회원님들을 위해 봉사를 하신 다반향초님과 부산 경남지역의 런다회원님들께 인사를 못드려 미안했지만 또 만나뵐 기회가 있을거라고 자위하면서 나도 한 해 뒤에 육지로 나오면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 젊은 시절인 20대의 추억 한자락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고성 땅에서 헤매듯이 달리다가 온 하루였지만 그것도 연습을 오래 쉬고 난 뒤여서 여러 상황을 겪었으니 좋은 경험이라 생각이 되어서 주절이주절이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각 구간별 기록은 워낙 편차가 심하게 나고 또 정확한 지점에서 체크를 하지 않아서 별 의미가 없으니 올리지 않지만 하프지점은 1시간 45분 정도로 통과를 했다.
그런데 워낙 많이 걸어서 그런지 이틀이 지난 지금 아픈 곳은 별로 없으니 이제 다시 제대로 달려야겠다.
힘들게 페이스 메이커를 하셔서 의지가 되었던 하이닉스반도체에 근무하는 구미대천사 류호님, 마산 3.15 마라톤클럽의 정왕기님 외 다른 두 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마움을 표한다.
'미련이 남아있는 마라톤 이야기 > 완주기(마라톤, 울트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동아국제마라톤대회 참가(2004) (0) | 2008.09.08 |
---|---|
이렇게라도 달려야 하는가? (0) | 2008.09.08 |
첫 도전-제천 청풍호반 마라톤 (0) | 2008.09.08 |
2002 경주 동아오픈마라톤대회 참가기 (0) | 2008.06.26 |
2003 춘천마라톤 완주기 (0) | 2008.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