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고염나무
2008. 6. 25. 17:12ㆍ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늙은 고염나무
허리가 휘도록
열매를 달고 서 있는
감나무도 아닐세
접붙이기의 대목이나 되어
줄기는 잘린 채로
뿌리만 남의 몸을 받아들여야 하는
단 열매를 가졌지만
작다는 이유만으로
눈 밖으로 밀려나서
산비탈이나 밭가에 그냥 버티고 있는 늙은 고염나무
버림을 받았다는 것도 모르고
봄이 오면 어린 별 같은 꽃 피우고 혼자만 속앓이하며
여름 내내 키운 열매 두 손으로 받쳐 내놓지만
에게 겨우 요것인가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내 놓을 것 없는 허술한 이력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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