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통신 - 가슴이 녹아내리던 네 해 전 이월

2008. 6. 17. 18:57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영양통신 - 가슴이 녹아내리던 네 해 전 이월


조급한 마음으로 고개를 넘어오면서 흘린 땀

미련처럼 따라오던 먼지 내려앉아

뿌리치려고 오른발에 들인 힘 헛되어

비웃듯이 억척스레 생겨난 흙빛 먼지 떼

망설임 없이 문틈으로 침입하고

돌아보는 시선을 따라오던 지난 기억들

살면서 잔정을 주지 말자는 다짐을 어긴 벌로

먼저 거두어야 할 눈길

무심코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일도

내 가슴을 할퀸 허튼 욕심도

모두 지나면 정되어 세월의 고리로 엮어지는데

고개 위 소나무도 미처 몰랐을 걸

골짜기 찬바람에 버썩대던 잎 같은 속을

가고 싶은 길은 내가 갈수록 멀어지고

원하지 않은 길 위를 달려야하는 어긋난 사정

더딘 시간도 돌아보면 빠르게 달아나 버려

이제는 쫓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리고


밤사이 늦은 눈 내리면 푸근했지.

눈이 부셔 앞산이 사라진 줄 미처 몰랐었지.

봄날이 와도 깨지 않고 눈 속에서 긴 겨울잠을 자고 싶었지.

몸 안의 온갖 열량 다 써버리고 나면 일어서다 쓰러질지라도

무릎걸음으로 찬 바닥을 기어다니며 온 몸에 묵은 때를 씻을 수 있을 텐데.

햇발 속에서 꿈처럼 사라져버린 이월 겨울 한 낮의 마른 바램은

눈물로 남아 언 땅 적시었네.


바람 일던 가슴을 다독이며 맞는 추위

눈이 더욱 기다려지지만

끝내 이 겨울은 마른 갈증 속에 지나가 버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