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술꾼
2008. 6. 17. 18:08ㆍ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어설픈 술꾼
낯이 선 중년 사내 하나가
우체국 철제 셔터 앞에서 새우잠을 잔다
첫 소식을 전하려는 것일까
첫 소식을 받으려는 것일까
쪼그려 잠든 사내의 등 위로
차량의 불빛들이 훑고 지나가면
꿈이라도 꾸는 걸까
사내는 몸을 움칠거린다.
칠월의 밤 공기는 허술한 이불
사내가 깔고 누운 인조대리석은 사람들의 시선만큼이나 차다
변화 없는 시골 소읍의 밤 풍경에
소품인가, 사내는
사내가 벗어놓은 검정 구두 두 짝이
틀어진 사이처럼 서로 외면하면서
잔뜩 오만한 얼굴로 보도 위에 버티고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번갈아 가며 눈을 흘긴다
가끔씩 움찔대는 사내의 등
기운을 뺏어 넘어뜨린 술 대신에 무거운 추위가 올라타고 있어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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