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 부두에서

2008. 6. 17. 17:58글 소쿠리/자작 시 모음

 

도동 부두에서


시간이 되면 달려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날마다 낯선 사람들을 토해내는 배

입을 열면

멀미에 구겨진 한숨같은 사람들

꾸역꾸역 밀려나오고


만지는 사람들이 쉽게 상처가 나니

바다를 만질 수 없도록 격리된

시간의

닫힌 문이 열리고

맨 처음 보는 것이

눈부신 햇살조각일 때

이마를 찡그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저 많은 사람들


며칠씩 머물다 가도

섬 한 조각 훔쳐가지 못하고

빈 손으로

속이 빈 배 속으로 운명처럼 다시

돌아가는 쓸쓸한 어깨


꿈 속 같이

섬에서 지낸 날들

짐이 되어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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