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부전나비

2020. 8. 11. 07:45곤충사진/나비

뾰족부전나비를 일부 나비 도감에서는,

최근 울산과 거제도 등지에서 이따금 채집되는 미접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기록된 종은 아니라고 합니다.

미접이라는 말은,

우리 나라에 살지 않고 외국에서 바람이나 선박 등을 통해서 유입된 나비를 말합니다.

한여름 태풍 뒤에 일본 남부와 동남아 지역에서 날아오거나 봄과 가을에 계절풍을 따라 중국에서 날아온답니다.

만약 미접이 일시적으로 우리 나라에서 한살이 과정을 거쳐서 제 1, 2대 자손이 나온다면 이를 우산접(偶産蝶)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지난해 여름에 이런 나비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한 번 보려고 출현 장소라던 광주 무등산까지 다녀왔습니다.

그 산자락 넓은 무등산에서 어느 구석에 이 작은 부전나비가 있는 줄도 모르고 무턱대고 찾아갔기에,

일단 증심사 코스를 탔는데,

운 좋게도 계곡에서 서너 마리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늘진 계곡이라서 어두웠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끝내 등판을 보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올해 여름에 나비 전문 카페인 '풍게나무숲' 사이트에 다시 뾰족부전나비 사진이 올라오길래

다시 광주에 한 번 다녀올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불어도 운동 삼아서 거의 매일 집 근처 산에 다니는데,

그동안 늘 가던 산이라도 차를 가져가니 원점 산행만 하다가,

이날은 하산할 때 평소에 다니던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내려왔습니다.

 

좀 돌아서가더라도 다른 코스로 내려온 까닭은,

주 등산로가 아닌데도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여 안심이 되었고,

혹시라도 낯선 골짜기에서 새로운 나비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이 산에서 다른 코스로 내려오다가 계곡에서 길을 잃고 헤맨 경험이 있기에 조심스러웠지만,

이날은 하산 시간도 이르고 해서 늘 다니던 코스가 아닌 길을 한 번 타봤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엄청난(?) 행운을 만났습니다.

 

하산길 끝 지점 자갈이 깔린 곳에서 이 나비를 만났습니다.

처음에 발견해서는 좀 크다 싶었지만 뾰족 부전나비 일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하고

흔한 푸른부전나비 종류인가 보다 하다가

그래도 몇 컷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서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순간에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입니다.

 

뾰족부전나비를 우리 동네에서 만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멀찍이 떨어져서 몇 컷 찍고 나서 잠깐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확인하느라

한눈을 파는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고,

혹시나 싶어서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찾아봤으나 흰자갈이 군데군데 섞여 있어서 찾을 방법이 없어서 실망을 하고 내려오려는데 한참 뒤에 다시 시야에 들어왔고,

바닥에 내려앉는 이런 일부 부전나비의 습성답게 멀리 달아나지 않고 주변에서 얼쩡거리길래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이번에는 등판도 활짝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뾰족부전나비라는 이름은,

날개 끝이 뾰족하여 석주명선생님이 붙인 이름입니다.

 

날개 아랫면은 은백색을 띠는데,

윗면 중앙은 수컷은 주홍색,

암컷은 청회색을 띠어서 차이가 납니다.

 

이 나비의 존재를 알고 나서,

지난해 추석 때 사천 처가에 갔을 때 장인어른 산소에 다녀오다가 우사가 있는 길섶에서 또 한 마리를 봤지만,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뒤에 나비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남 사천 쪽에서도 종종 보인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 포항에서 뾰족부전나비를 본 이후로,

그 뒤에 산에 갈 때마다 뾰족부전나비를 봤던 장소에 가서 찾아보지만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글을 포스팅하고 난 뒤에 다시 날개가 상한 개체를 마을 뒷산 골짜기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뾰족부전나비 수컷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