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2011. 11. 13. 18:56사진 소쿠리/사람들 사진

벼르고 벼르던 신라의 달밤 165리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007년도에 첫 참가 후  4년만에 다시 참가한 이 대회에 대비하여 참 많이 걸었습니다.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몇 시간씩 걷고, 가끔 달리면서도 조금은 불안하였습니다.

이전에 밥먹듯이 하던 달리기와는 또 다른 걷기이기에 팽팽하게 긴장하여

신청을 한 이후에 한 달여 이상의 기간을 준비하며 보냈습니다.

 

대회 때 신으려고 산 신발이 마음에 들지않아서 두 번이나 새로 신발을 샀고,

시험 삼아 여러 종류의 양말을 번갈아가며 신어보기도 했습니다.

이 대회 때 신으려고 미리 사서 발에 익숙해진 신발이 작아서 발이 부을 때 발가락이 고생할 것 같아서,

못미더워서 산 지 며칠되지 않은 신발을 신고가서 조금 불편했습니다.

옷이야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지만,

발 크기는 작지만 볼이 넓어서 아무 신발이나 신을 수 없는 특이사항 때문에 망설이다가

결국은 모험삼아 산 지 열흘 밖에 되지않은 새신발(?)을 신고 갔습니다.

 

 

토요일인 어제(12일) 저녁 7시 30분쯤에 경주 황성공원에서출발하여,

어두운 숲터널을 지나서 강변으로 가서 고수부지에 난 길을 따라 보문까지 갔습니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앞쪽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출발 지점에서는 체크를 하지 않고 중간지점에서만 체크를 하다보니,

미리 출발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징서정연하게 출발선을 통과하여서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출발하자마자 친구들과 어울려가던 고등학생 한 명이,

"아저씨, 초클릿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작은 초클릿을 하나 불쑥 내밀길래,

고맙다고 받고 혹시 양산고등학교 학생들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길래,

그 학교에 근무하는 동기 이야기를 하니 서로 아는 체를 해서 한 마디씩 이야기를 건네더군요.

그러다가 한 학생이, "그럼 아저씨도 체육선생님이세요?" 하고 묻길래,

이전에는 체육선생님이었다고 하니 옆에 와서 악수하자고 손을 내밀더군요.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는,

보문을 거쳐, 암곡, 추령재, 장항, 석굴암, 불국사, 구정들, 통일전 앞, 남산 화랑교육원, 대릉원을 지나

다시 출발지점인 황성공원으로 돌아오는 66km짜리 코스입니다.

4년 전에 멋모르고 가족을 데리고 한 번 참가한 적이 있지만,

혼자 참가한 이번 대회는 모든 면에서 새로웠습니다.

걷는데 걸린 시간은 4년 전에 비해서 여섯 시간 반 정도를 당겼습니다.

 

그 때는 19시간이 넘는 긴 시간을 고통을 호소하는 딸아이를 부축하며 걷느라 몸부림을 쳤지만

올해는 1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발바닥에 물집이 조금 생긴 것을 제외하고는 몸 상태도 괜찮습니다.

 

대학동기가 근무하는 양산고등학교 학생들과 우연하게 마주치면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것을 제외하고는

묵언수행처럼 묵묵히 걷기만하였습니다.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같은 길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길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든든한 동행이었습니다. 

힘들게 걷는 것을 지켜 보는 것만으로도 안스러울 때도 있고,

씩씩하게 앞질러 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엷은 구름에 살짝 가린 열이레 달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걸으니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걷는 내내 말로는 다할 수 없이 행복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길 안내, 급식봉사 등의 맡은 일을 밤새도록 해주신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를 빠트리지는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꿀맛같은 잠을 세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글을 올립니다.

 

무슨 일이든지 머뭇거리고 미루다보면 또 그냥 지나가버리니,

내용이 부족한대로 그냥 사진을 몇 장 올립니다.

휴대가 간편한 똑딱이인 루믹스로 찍은 사진입니다.

노이즈가 심하지만 그냥 하룻밤을 꼬박 세워 걸었던 기록으로 올립니다.

 

 

 

 출발 직전입니다.

외국인 참가자들도 눈에 많이 뜁니다.

노란색 글자 배번은 30킬로 참가자. 청색 배번은 66킬로 참가자입니다.

 

 

 

 

 

 

 

 

 

 

 출발 직전에 공연과 밸리 댄스 시범 등의 프로그램으로

미리 나온 참가자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습니다.

 

 

 

 

 

 

 

 

 

 

 

 

 

고등학교 단체참가자들도 많았습니다.

경남 양산고, 칠곡 순심여고, 순심고 학생들입니다.

순심여고와 순심고는 해마다 참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먼길을 걷겠다고 나서는 용기가 참 대견합니다.

 

 

 

 

 

 

 

 

 

 

 

 

 

 

 

 배번을 배낭에 부착하고 기념으로 한 컷 했습니다.

갈아입을 옷과 비상식량(?)으로 준비해 간 먹을거리 등으로 한 배낭 가득합니다,.

그러나 가져갔던 간식은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많았습니다.

 

 

 

 

 

 

 

 

 

 

 

최양식 경주시장과 정수성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개회식에 참석하였습니다.

 

 

 

 

 

30킬로 참가자와 66킬로 참가자가 함께 출발하여 걷다가 보문에서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20킬로 지점은 암곡을 지난 덕동댐 주변입니다.

 

 

 

 

 33킬로 지점인 추령재에서는 컵라면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추령재의 백년찻집입니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 고개 정상에 휴게소가 있던 곳인데,

찻집으로 바뀌었는데 고풍스런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석굴암을 거쳐 불국사 앞을 지나간 때가 새벽 3시 반쯤이었습니다.

중간에 서너 시간은 사진이 없습니다.

석굴암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먹은 시래기국밥은 별미였습니다.

김치를 곁들인 따끈한 국물로 추위와 배고픔을 한 방에 해결했습니다.

 

 

 

 

 

 불국사의 또다른 출입문입니다.

원래 계획은 아침에 불국사에 들러서 단풍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통과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습니다.

 

 

 

 

 불국사 아랫마을에 있는 코오롱호텔 입구입니다.

지난 번 참가했을 때는,

 이 지점에서 딸 아이의 무릎이 붓고 탈진해서,

 이 때부터 애를 먹었습니다만 이번에는 혼자서 가볍게(?)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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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농로와 강둑을 따라 걷던 구정동 들판을 한참 지나서

남산 아래에 있는 화랑교육원 앞을 지날 무렵에는 주변이 차츰 밝아졌습니다.

40여년 전에 화랑교육원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중학생 1기로 수련에 참가를 한 곳입니다.

 

 

 

 

 

 토함산 쪽의 여명입니다.

 

 

 

 

 배동 강둑을 따락 걷는 길입니다.

이 지점에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그러나 이제 길은 10킬로미터도 남지 않았습니다.

 

 

 

 

 

 

 

 

 

 

 

 

 

 

 

 

 

코스 곳곳에 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서 혼자 갈어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워낙 시간 차가 나는 먼 길이다보니 어떤 때는 앞뒤로 사람 흔적이 없어 혼자만 어둠 속에서 걸을 때가 많았습니다.

 

 

 

 

 

 힘들고 지치니 게걸음도 걸어보고.......

아마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함께 한 친구들과 우정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립경주박물관 담장을 끼고 걷고.......

 

 

 

 

 

 

 

 

 

 

 

 

 

 

 

 반월성을 지나서.......

 

 

 

 

 

안압지 앞을 지나면서 돌아보니 산 위로 해가 올라옵니다.

 

 

 

 

 

 

 

 

 

 

 

 

 반월성 입구입니다.

고현정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 더 유명합니다.

 

 

 

 

 

 

 

 

 

 

 

반월성 근처 유채밭입니다.

봄이 되면 샛노란유채꽃이 이 일대를 덮을 것입니다.

 

 

 

 

 

 

 

 

 

 

 

첨성대 곁을 지나서.......

 

 

 

 

 

계림숲이 보입니다.

 

 

 

 

 

바라보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경주의 고분(古墳-옛무덤)들입니다.

 

 

 

 

 

 

 

 

 

 

 

 

 

 

 

 

 

 

 

 

 

 

 

천마총으로 더 알려진 대능원 입구입니다.

 

 

 

 

 

 

 

 

 

 

 

 

 

 

 

 

 

 

 

 

 

 

 

 

 

 

 

 

이 안내 표지를 보니 힘이 생기더군요.

남은 거리가 3킬로라면 30분 정도만 가면 닿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노서동고분군입니다.

 

 

 

 

 

 

노서고분군 맞은편에 있는 노동동고분군입니다.

 

 

 

 

 

 

 

 

 

 

 

 

봉황대입니다.

 

 

 

 

 

경주 시내 중심 상가지역인데 이른 아침이라서 한적합니다.

 

 

 

 

 

 

 

 

 

 

 

완보 확인을 위한 체크카드입니다.

윗 점퍼 주머니에 넣었더니 땀에 젖어서 엉망이 되었습니다.

 

 

 

 

 

완보 증서입니다.

 

 

 

 

 

대학동기로 모교에 근무하는 최박사를 만났습니다.

걷기 매니아인 최박사는 이 대회에만 여덟번째 참가했다고 합니다.

 

 

 

 

 

찌그러진 내 모습입니다.

쉬고 있는 학생에게 부탁을 해서 인증 샷으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