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 바다를 건널까?

2009. 2. 14. 09:54글 소쿠리/붓가는대로 쓴 글

이번 한 주는 혼란 속에서 보냇습니다.

47일간의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월요일인 9일날에 개학을 했습니다.

졸업식 준비를 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런데 월요일에 만난 동료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 때문에 한 주일 내내 정신적인 공황에 시달렸습니다.

 방학 중에 이번처럼 마음 놓고 쉰 적은 별로 없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연수는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 중간에 합동 교외 생활지도 명목으로 울진에 올라가긴 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평소에 제가 배우고 싶었고, 또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래도 염치가 조금은 있어 개학하는 날에 올라가지 않고 미리 울진에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에 오십천에 들러 새사진을 몇 장 찍고, 평해 월송정 근처에서도 다시 아비와 다른 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아는 분 한 분으로부터, 승진을 위한 차출이 물거품이 될거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난 해에 이어서 올해도 승진 후보자에 차출되기 위해 서류를 냈지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차출 될 가망성이 별로  없다고 체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실날같은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 전화를 받고는 작은 기대마저 무너지는 절망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지난 일 때문에 밤 내내 뒤척이다가,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서는 목욕단장을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기숙사 아이들이 미리 들어오지 않고 월요일 아침에 들어오는 바람에 학교에서 아침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남들이 오곡밥을 먹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저는 굶었습니다.

머릿 속은 휑하니 바람이 빠져 나가는 듯 하였지만,

오랫만에 교문 앞에 서서 웃는 얼굴로 먼저 인사를 하며 반갑게 아이들을 맞이 했습니다.

속속 출근하시는 동료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본교무실에 찾아가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반가운 얼굴들을 두루보니 기분이 괜찮아졌습니다.

 

그런데 보직교사 회의를 들어 가기 전에 정보통인 한 선생님이,

"올해 울릉도 들어가겠던데요" 하고 한 마디 툭 던진 말 때문에 혼란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해 말에 승진후보자 심사를 위한 서류와 인사 이동을 희망하는 서류를 동시에 냈습니다.

그런데 둘 중에 어느 것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승진후보자 서류는 이미 떠돌던 예상 점수 이야기로 차출이 될 가망성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고,

다시 울릉도에 근무를 희망하는 인사내신 서류를 냈지만,

울릉도에 근무하던 체육교사 두 분이 지역 만기가 되어 이동하므로 두 자리가 비는데,

가까운 옆 학교에 울릉도 전입을 희망하는 나보다 점수가 훨씬 많은 선생님이  한 분 계시고,

 또 한 자리는 이른바 특례 전보로 경북체육상을 받은 한 분이 희망을 하였으므로 사실상 불가능 하였습니다만,

저는 울진고 근무 만기가 1년이 남아 있었으므로,

울릉도에 못가면 유보 조건으로 내신을 내는 것이 가능해서 일단 내신을 냈습니다.

그런데 울릉도 만기가 되지 않은 아는 선생님 한 분이 교육전문직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을 하였는데,

3월 1일자로 발령이 날 거라는 소문이 있어서 갑자기 울릉도에 자리가 한 자리 더 비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인사발령이 납니다.

다시 그 섬으로 갈 수 있을 지 어쩔지 모르지만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틀 뒤에 다시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남든지 가든지 하는 이런 상황이 확실해 집니다.

 

오랫동안이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못해서 우선 몇 자 짧은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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