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두만강
아버지와 두만강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 두 해가 지났다. 당신보다 한 해 먼저 땅속에 묻히신 어머님을 따라 이승을 떠나신 때가 지지난 해 늦가을이었다. 집 담벼락의 시멘트 블록 사이에 겨우 몸을 끼워서 버티던 감나무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 거의 다 떨어지고, 골목을 휘돌아오던 아침 바람이 뼈 속으로 스며들던 때였다. ‘살아서 언젠가는 고향 땅을 다시 밟아보시리라’ 던 기대를 가슴에 안고 피붙이 하나 없는 남녘 땅 포구에 발붙이고 남들의 입초시에 늘 오르내리면서도 질경이처럼 끈질긴 삶을 이어오신 아버지이셨지만 뜻밖에 당하신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신 셈이다. 적어도 내가 자란 포구에서만큼은 ‘이북내기’라는 경멸에 가까운 호칭이 아버지의 이름 석 자보다 사람들에게 더 알려져 있었으며, 초등..
2008.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