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6. 07:42ㆍ제주도 오름 이야기
섬 속의 섬이라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곳에는,
돌아올 배 시간 때문에 늘 쫓기듯이 다녀야 합니다.
하루에 몇 차례 배가 다니는 가까운 곳이라면,
사전에 연락하여 돌아오는 배 시간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만(저는 늘 그렇게 합니다) 추자도 같이 먼 섬은 그냥 나오거나 하루 더 머물러야 하니 섬에 내리자마자 벌써 마음이 급해집니다.
추자도 올레길만 대략 17.7킬로 정도라는데 섬 길의 일부일테고,
섬 둘레는 훨씬 더 긴 거리이니,
한번에 둘러보는데는 무리인듯 합니다.
실제 가서보니 거리가 문제가 아닌 오르막내리막이 심한 험한 길이고,
특히 상추자도의 나바론 하늘길은 워낙 험해서 단순하게 시간 계산을 할 수가 없더군요.
저처럼 주변 풍경에 눈길을 뺏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더 지체해야하니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여유가 없더군요.
9시 30분에 제주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해남 우수영으로 가는 추자도행 배를 탔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주차장 상황은 널널하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주차료가 1일 만원 정도라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 주차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1시간 30분 소요라는데 조금 일찍 도착하였습니다.
내리자마자 역시 등대를 찾아보았는데,
선착장 맞은편 산자락에 등대가 있더군요.
작은 작젯길을 따라 섬의 오른쪽 언덕인 등대산에서 출발하여,
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북서쪽 끄트머리인 후포의 팔각정에 올라갔다가,
나바론 하늘길로 올라가서 상추자도 중심가(?)를 내려다보고,
가파른 낭떠러지에 머리끝이 쭈빗해지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어느 곳은 경사가 가팔라서,
한 번 발을 헛디디면 수십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난간을 꽉 쥔채로 내려갔습니다.
등짐과 손에 쥔 사진장비까지 합쳐서 짐 무게가 제법 되었기에 조심 또 조심스럽게 이동하는데,
전날 한라산 등반의 후유증으로 무릎이 시큼거리고 다리가 후덜거리더군요.
걷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지만 연식은 속일 수 없나 봅니다.
땀범벅이 되어서 등대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드론을 세 차례 날렸습니다.
갖고간 식빵을 등대 앞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 먹고 있자니,
여행의 즐거움에 먹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게 뭔 짓인가 싶어서 처량(?)한 생각에 울컥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아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왔는데,
하추자도는 그저 눈에만 담고 왔습니다.
한달살이 숙소 입주 첫날이 아니었으면,
해질 무렵과 해뜰 때의 등대 풍경도 사진으로 담고 하루 머물다 왔으면 싶었습니다만
그냥 선착장 쪽으로 오다가 길가 식당에 들어가서 된장찌게와 밥을 먹었는데,
음식맛이 별로여서(제가 이렇게 말하면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차라리 뱃머리 근처 다른 식당에서 해산물이라도 먹을 걸 하고 후회를 했습니다.
서둘러 내려와 배를 탈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작은 작젯길 주변을 구경하다가 예정 출발시간 20분 전에 배를 탔습니다.
추자도행 배는 중간에 경유하는 노선이라서 승객이 다 타면 확인 후 일찍 출발하기도 한다더군요.
늘 돌아올 때면 아쉽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1박 정도하면서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다는 희망을 안고 왔습니다.
다섯 시간 남짓 추자도에 머물면서 급하게 서둘러 찍은 사진 몇 장을 함께 올립니다.
(제주도 한달살이 카페에 올렸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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