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봉 가는 길에 만난 길앞잡이

2016. 7. 28. 11:24곤충사진/딱정벌레

어제 포항지역 기온이 36도를 넘는 불볕 더위였다고 합니다.

집사람 학교가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서 혼자 운제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 화대종주 도중에 무더위에 흘린 땀 때문에 퍼진 허약(?) 체질을 강화해보려고

형산강 둑길을 따라 30-40 킬로쯤 걷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다가,

아침부터 시작된 만만찮은 더위에 방향을 바꾸어서 운제산에 다녀왔습니다.


포항 근교에 부담없이 오를 좋은 산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자가용 없이 접근하기가 쉽질 않습니다.

딱히 정해진 목표나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걷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어서 걷기에 적당하면서도 그늘이 괜찮은 운제산으로 갔습니다.


영일대해수욕장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서는 택시를 타고 산밑에 갔습니다.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차를 갖고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낫기에 그렇게 선택을 했습니다.

차를 가져가면 출발지점으로 되돌아 오는 원점산행을 해야하고,

눈 앞에 펼쳐진 아무 길로나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기에 그렇습니다.


처음 계획은 대각 입구에서 내려서 언덕길을 걸어올라갈 작정이었는데,

택시 기사분이 림이네집 앞에 내려주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보통 사람들이 선택하는 등산로를 따라 운제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래봤자 이동 거리가 얼마되지 않아서 거리를 늘릴 욕심으로 시루봉까지 갔다가 홍계로 내려오기로 했는데,

시루봉까지 갔다가 도중에 급수 사정 때문에 다시 가던 길을 되돌아왔습니다.


시루봉에 갈 때마다 여러 곤충들을 만나는데,

철이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어중간한 철이어서 나비는 그늘나비 종류와 흔하디 흔한 산메뚜기 종류만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무거운 접사용 카메라 장비를 챙겨간 것을 은근히 후회할 무렵에 길앞잡이를 만났습니다.


그동안에 길앞잡이는 시루봉과 비학산 가는 길에 심심찮게 만났기에 흔하게 만난(?) 곤충이지만

나비나 딱정벌레류를 만나지 못해서 곤충 사진 하나 변변한 걸 찍지 못한 어제는 무척 반가웠습니다.


곤충 가운데는 바구미 종류처럼 유달리 민감하게 경계를 하는 곤충들이 있는데,

길앞잡이는 이름처럼 숲으로 멀리 달아나지 않고 길을 따라 몇 발짝씩 이동을 하면서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동작은 제법 민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