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4. 11:12ㆍ지난 이야기/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
두 차례에 걸쳐서 모두 5년 동안 울릉도에 근무할 때,
사시사철 변하는 도동 일대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독도전망대에 백 번도 더 올라갔습니다.
눈이 허리까지 쌓여있던 겨울철,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온 연한 봄빛이 절벽에 가득하던 봄날,
잔잔한 물결이 햇살 아래 반짝이던 여름날,
느리지만 관모봉에서 섬의 정상으로 서서히 기어 올라가던 단풍이 아름답던 가을철까지 시간만 나면 올라갔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 운동삼아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고 그냥 가벼운 차림으로 뛰어올라갔고,
사진장비를 한 짐 잔뜩 짊어지고 가파른 길을,
땀을 삐질거리면서 걸어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굵고 단단한 앵글로 짜여진 튼튼한 전망대가 흔들릴 만큼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철에는
추위에 손발이 오그라들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 올라간 것은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망향봉이라고도 불리는 독도전망대 옆에서,
직접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길이 닿는 그 너머에 있을 먼 육지를 생각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낮시간에는 독도박물관 옆에서 출발하여 독도전망대 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적도 몇 번 있지만,
사진을 찍기 좋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케이블카를 운영하지 않았기에 대부분은 산길로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학교 뒷문으로 나와서,
호근이네 할아버지 집을 지나서 독도박물관 뒷길로 올라가면 2킬로미터가 되지 않는 가까운 길이라서 주로 걸어 다녔습니다.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는 바다 여행이라면 무척 낭만적이라 생각하겠지만,
어쩌다가 주변에 지나가는 배를 볼 때를 제외하고는,
바다 한가운데 풍경은 둘러보면 그저 쪽빛 물만 보일 뿐입니다.
이럴 때는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성방송 시스템이 발달하기 전이라서 그랬지만,
이전에 썬플라워호를 탈 때는 DVD를 틀어 주었기에 늘 보는 영화지만 오고 가는 길에 안전사항에 대한 안내가 끝나면,
영화를 한 프로 보여주었는데 그걸 다 볼 때쯤에 울릉도 도동이나 포항에 도착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위성 시설이 발달하여 실시간 방송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만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저는 연신 창밖의 단조로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이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돌고래 떼라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를 해보며 바다만 바라보았습니다.
바다의 물살이 잠잠한데도 첫 운항이라서 예상보다 길어진 시간 때문에 서서히 지쳐갈 무렵에,
평생교육 사진반 강의를 할 때 인연을 맺은,
울릉도 토박이 손사장님께서,
도착하려면 아직도 멀었느냐는 확인 전화를 하셨고,
섬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에서야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리 설치는 사람들을 보고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울릉도 관문인 도동에 도착하니,
지방 방송국의 취재팀과
울릉도의 도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등 낯익은 얼굴들이 부두에서 첫 취항을 하는 아라퀸즈 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작고 소박한 2층 건물이 있던 울릉도 여객선터미널은 엄청난 규모의 시설로 탈바꿈하는 공사 중이라서 어수선하였고,
처음이라서 그런지 접안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싣고 간 차나 화물을 내리는 접안 시설물에 배를 맞추어댄다고 시간이 또 한참 지났습니다.
마중을 나와 준 손사장님의 안내로
도동의 역사가 오래된 전문음식점인 암소한마리에 가서 울릉칡소 고기구이로 이른 저녁을 먹었습니다.
사모님께서도 나오셔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고기 맛보다 정이 고마웠고 시장기가 돌아서 혼자 그 많은 양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손사장님 차로 기상대 뒤쪽까지 올라가서 역시 공사 중인 건물 뒤뜰에 차를 주차해두고 독도전망대에 올라갔습니다.
오랜만에 올라가는데 등에 땀이 줄줄 흘렀고,
전망대에 올라가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 한여름인데도 한기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독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동과 주변의 야경 사진을 우선 몇 장 올립니다.
도동 중심가입니다.
마가목 열매가 실하게 달렸습니다.
울릉도의 관문이라는 도동항입니다.
초록색 인조 잔디운동장이 울릉초등학교,
그 아래쪽 흙 운동장이 울릉중학교입니다.
두 학교 다 리모델링을 하여 외관은 아름답습니다.
사진 가운데 초록색 옥상이 있는 3층 건물이 울릉경찰서, 왼쪽 파란 지붕 4층 건물이 울릉군청입니다.
약수공원에 있는 독도박물관과 케이블카 승강장입니다.
울릉의료원과 성인봉 대원사 코스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입니다.
사동 쪽의 대아리조트도 보입니다.
울릉도에서는 가장 품격 있는 고급 숙박시설입니다.
섬 안에서 우리도 직원여행(?)을 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습니다.
독도전망대 쪽 케이블과 승강장과 매점 건물입니다.
해안산책로의 가로등이 서서히 켜지는 시각입니다.
오른쪽은 싱싱한 해산물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일 수 있는 해안 카페입니다.
멀리 오징어잡이 뱃불인 어화(漁火)가 보입니다.
요즘은 건조용 오징어가 아니라 횟감으로 쓸 활어를 주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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