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25. 07:39ㆍ곤충사진/거미류
자라면서 들었던,
나막신 장수와 우산장수 이야기는 처지가 바뀌면 희비가 교차하는 사람의 운명에 관한 짧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블로그 활동만큼은 저도 처지를 자주 바꿉니다.
비가 오면 우산 팔고,
날이 맑으면 나막신을 팔고.........
저 말고도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다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풀이로 글을 올리다가,
어쩌다가 조회수가 늘거나 댓글 수가 늘면서 무슨 감투라도 하나 얻어 걸리면서 부터는,
날마다 다른 이들이 실망하지않을 정도로 글을 올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제목을 뽑기도 하고,
창피함을 무릅쓰고 자신을 까발리기도 하고,
끼니 때마다 반찬걱정을 하는 주부처럼 포스팅할 거리에 대한 고민이 쌓여 은근하게 스트레스가 생기기도 합니다.
블로그질을 하다가 싫증이 날 때마다,
한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확실해 집니다,
적어도 저처럼 어설픈 블로거일 때는요.
"뭐할라꼬?" 입니다.
무슨 파워블로거가 되어서 얻은 부수입으로 먹고 살 일도 아니고,
남들이 품앗이하듯이 달아주는 댓글 몇 개로 사기충천할 일도 아니면,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블로그질을 해야하는가 하고 자문해 보면 됩니다.
제 경우에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쓰다가 우연하게 블로그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밑천(?)이 있어서 그래도 대충 유지를 해왔습니다.
블로그질을 한다고 열을 올리다가도,
이효석의 소설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나면 열을 좀 식힐 수 있습니다.
"미친 짓이야" 라는 말입니다.
어지간한 중고 자동차 한 대 값이나 되는 비싼 장비를 들고
땀을 삐질삐질하게 흘리며 사진을 찍다가 문득 '뭐할라꼬 이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때,
제 자신에게 대답을 해줍니다.
"기록하고 싶다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소한 것들이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먼저 알고 있는 것이라서,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오랜 세월동안 잊지않고 들러서 댓글을 남겨 주는 몇 되지 않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답하려고,
사는 흔적을 남기고 싶고, 남들하고 소통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소통을 핑게로 하는 억지식 강요가 아니어야겠지요?
최근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던 몇 분의 블로그를 구독하기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제 생각과 맞지 않는 주장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몸불리기로 생각되는 소통 흉내라고 판단된 경우입니다.)
곤충사진을 찍다보면,
곤충 종류가 워낙 많아서,
하루에 두 서너 가지씩만 사진을 올려도 한 두어 달은 느끈하게 버틸 수 있을 "꺼리" 가 비축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창고가 넘치니 우선 순위에 밀려서 한 달도 전에 찍은 소중한 사진들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냥 우연하게 지나치다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몇 번을 같은 장소에 가서, 숨을 죽이며 기다리다가 찍은 물닭과 쇠물닭의 육추 장면 같은 아까운(?) 사진들도 많습니다.
행복한 고민이지요?
그러나 무분별하게(?) 포스팅하여서 남에게 댓글 부담을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하니 참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읽어본 어느 분의 프로필 끝 난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교감이 없는 무분별한 친구 신청 사절" 이란 글입니다.
참 좋은 말이라서 빌려왔습니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 을 몇 분 만난 것이 블로그질을 하면서 행복해 하는 이유입니다.
그 분들 가운데는, 혹은 아는 사람인데, 미쳐 알지 못했던 가슴따뜻함을 느끼기도 하고,
사는 곳도 다르고, 전혀 만나 적도 없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저기 문어발처럼 들러서,
자기 과시를 할 명분을 쌓을 일이 없으니 스트레스가 줄어들더군요.
그래도 부담이 될 때는 한 달 이상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궁금해 하면서 안부를 물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단 몇 분이라도 있다면.......
최근에 사진을 취미로 하는,
존경 할만한 노익장과 겸손을 몸소 실천하여 가르쳐 주시는 한 어른이 병환으로 블로그활동을 쉬고 계셔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곧 훌훌 털고 일어나셔서 그 분의 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기쁜 소식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능 오전에 울릉도를 거쳐서 독도에 들어 갑니다.
포항지방해양항만청에서 주관하는,
경상북도에 근무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독도 1일 등대장 체험 행사"에 1회차 1번으로 운좋게 뽑혀서,
독도에서 1박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바램이 이루어져서 많이 설레입니다.
들어간 김에 울릉도에서도 이틀 정도 머물다가 나올 작정입니다.
잠시 블로그를 비웁니다.
며칠 뒤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들어오셔서 때마다 댓글을 달지 않으셔도 됩니다.
올릴꺼리가 많은데 댓글 부담 때문에 조심스러워집니다.
제가 늘 소식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 한 사람에게라도 제가 감히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라면,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행복합니다, 저는.
조금 더 사진이 모아지면 소박한 홈페이지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 합니다.
말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왕어리두줄깡충거미 사진을 몇 장 올립니다.
곤충 이름에서 "어리"란 닮은, 비슷한 이란 뜻입니다.
작아도 야무닥지게 생긴 거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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