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인심이 남아있는 두호동 바닷가 마을

2009. 9. 8. 10:07사진 소쿠리/세상 구경한 사진

지난 주말에는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주말이라지만 울릉도에서 오후 세 시에 배가 출항을 하니,

토요일 저녁 여섯시 이후에 도착을 해서 일요일 아침에 다시 들어오는 배를 타야합니다.

가만히 손 꼽아 보니 열 너댓 시간을 머무는 셈이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임선영이란 작가의,

"귀휴(歸休)" 라는 대중소설 제목이 생각 났습니다.

귀휴란,

교도소에서 성실하게 수형생활을 하는 모범 죄수들에게 짧은 기간이지만,

사회에 나갔다 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울릉도 생활이 교도소에서 사는 것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섬이니 바다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은 같습니다.

날씨가 허락해줘야 나갈 수 있고,

그 짧은 시간이 말 할 수 없이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날도 인근 학교에 근무하는 많은 섬총각(?)들이 육지로 나갔다가 일요일 아침 배로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짧아서 아쉽지만 가족을 만나고 온 얼굴들은 한층 밝아보였습니다.

 

 

일요일 아침에는 일찍 카메라를 메고 바닷가에 나갔습니다.

포항에 살면서(?) 포항사진을 찍는 일도, 찍을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생각이 달라져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포항은 제가 태어난 원래 고향이기도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곳입니다.

그런 곳의 현재 모습을 기록해 두고 싶기도 합니다.

 

 

도시가 화려하다고 하지만 한 발짝만 벗어나면 아직도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흑백사진 같은 풍경이 있습니다.

지척에 수십층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북부해수욕장 끝의 두호동 바닷가 마을에는 낡은 가옥들이 많고

아직도 골목 한가운데로 한가하게 고양이가 돌아다닙니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자랐고,

부모의 생업을 이어서 고기잡이를 하였고,

자식들을 키워 대처로 내보내고,

아직도 고기잡이를 합니다.

 

아파트촌의 사람들이 대부분 외지에서 온 뜨내기들이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이른바 토박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바다는 이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밥줄입니다.

산업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바다가 오염되고 어획량이 예전 같지 않지만 오늘도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습니다.

 

일요일 이른 아침에 두호동 바닷가에 나가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머할라꼬 사진을 찍는교?" 하고 물으시길래,

지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좋은 일을 한다면서

흔쾌히 사진을 찍는 것을 허락해주셨고

잡은 고기를 가져가라면서 나누어주셨습니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나간다고 지갑을 가져가지 않아서

뭘 사드릴 수도 없어서 괜찮다고 하니

한 분이, "요즘 고급스러운 사람들은 이런 걸 먹지도 않는가보다" 고 하시길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횟감을 얻어왔습니다.

아직도 이전에 후하던 바닷가 인심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게을러서 원본을 리사이즈만 해서 올립니다.

 

 

 

집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바닷가로 나가니 바다 한가운데로 말을 타고 가는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훈련을 하는 것인데 이런 모습은 휴일날 아침이면 가끔씩 봅니다.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갑니다.

 

 

 

작은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습니다.

맞은편에 보이는 공장이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입니다.

 

 

두 서너발 옆으로 옮겨서 화면의 구도를 조금 바꾸어 봤습니다.

북부해수욕장 상가 건물이 일부 보입니다.

 

 

 역시 소형 고깃배들입니다.

항구가 아닌 그냥 마을 앞의 바닷가에 정박해 있습니다.

 

 

제트스키와 소형 모터 보트도 보입니다.

고깃배와는 대조가 되는 형상입니다.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얕은 바다에 그물질을 해서 그런지 파래가 유난히 많이 붙어 있습니다.

 

 

 

사진 찍는 위치를 옮겨서 두 분을 동시에 담아봤습니다.

 

 

 

역시 그물 손질 모습입니다.

 

 

 

이미 쳐놓은 그물에 고기가 들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을 물보러 간다고 하는데,

어부 한 분이 손질한 새 그물을 싣고 가까운 바다로 그물을 치러 나갑니다.

 

 

 

바다로 나갈 때는,

물이 깊지 않고 얕은 곳에서는 밧줄을 당겨서 앞으로 나가다가 노를 젓거나 모터를 사용합니다.

 

 

이제 노를 저을 정도로 깊은 곳에 나갔습니다.

 

 

 

포항갈매기들입니다.

사진을 찍으라고 한 번 날아줍니다.

 

 

 

일하시는 분들 앞에서 자꾸 사진을 찍으려면 미안해서

양해를 구하고 손만 클로즈업 해서 찍었습니다.

 

 

 

 이날 얻어 온 횟감입니다.

길이가 가장 긴 고기가 숭어(수치라고도 함)이고,

형산강의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식하는 황어

그리고 폭이 넓은 고기가 망상어입니다.

 

이 고기를 얻어가서 모처럼 집에서 직접 회를 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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