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리

2008. 6. 25. 09:41글 소쿠리/자작 동시

 

알자리


아파트 뒤쪽 출입문 근처

놀이터 옆

꼬마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기린 미술원

학원 둘이 어깨 겨루고 있는 건물의 입구

조무래기 끓는 동네

길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무허가 포장가게

어렵게 장사하던 이들 모두

돈을 모아 번듯한 가게 하나씩 차려 나갔는데

두어 해 동안 떡볶이와 어묵을 팔던

겨울 삭정이 같이 바싹 마른 아줌마

3층 건물 맨 아래층 한 간 빌려 미소분식 사장님이 되어

날마다 싱글벙글 웃고 있고

호떡을 팔던 얼굴이 둥근 또 다른 아줌마

시장 입구에서

알차게 빈자리 채운 반찬가게를 열어 손에 물마를 날이 없는데

오늘 낮에 그 자리 찾아든

붕어빵 장수 아저씨

얼굴 주름이 굵은 사람

마침내 알자리에 둥지를 틀었는데

무엇으로 다시 태어날까

오랜 가난 털어 내고

그 알자리에서 무사히 부화될까


가난을 이겨내는 알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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