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암 가는 길
2008. 6. 25. 09:13ㆍ글 소쿠리/자작 동시
자장암가는 길
낮잠을 깬 목마른 산
물 마시러 연못가에 내려와
물 속에 비친 제 얼굴
오래 들여다보고 있고
먼지가 발목 위에 냉큼 올라앉아도
숨가쁘게 굽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모퉁이 돌 때마다
심술궂게 길을 막고 서 있는
큰 바위 하나
옷을 벗고 한꺼번에
비탈에 나와 서서
볕 바래기를 하다가
쳐다보니 부끄러워 몸을 숨기는 굴참나무
햇살 모인 양지쪽마다
낙엽들 다정하게 모여 앉아
이야기 나눈다고
낮은 목소리로 바스락거리고
겨울이 물의 손을 놓고
물은 겨울의 손을 놓고
노래를 부르며
골짜기 개울을 따라
저 아래 연못으로 가니
거슬러 올라 온
다섯 마리 물고기
절벽 위의 남아있는
쓰러질 듯 늙은 외딴 암자
등 굽은 추녀 끝에서
겨울바람 붙잡고
휘파람 소리내며 놀고 있는 한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