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파는 시장

2008. 6. 25. 09:11글 소쿠리/자작 동시

 

봄을 파는 시장


아파트 앞 빈터로 들판이 성큼성큼 걸어 나와

여린 봄 냄새

상큼한 나물 냄새

노랑나비 흰나비 되어

팔랑팔랑 돌아다니고


이른 봄 추위에 솜털 옷 입은 쑥

따뜻한 땅속 입김 가득 담은 동그란 달래

묵은 밭에서 뒹굴다 온 냉이, 씀바귀

겨울 내내 숨어있던 초록 친구들

핼쑥한 얼굴로 손잡고 놀러 나오는데

언덕으로 달려가던 아지랑이도 함께 왔네


저마다 살던 곳이 다른 봄 친구들

검은 비닐 봉지 속에서

서너 개의 둥근 함지박에서

서로 등을 기대고

다정하게 햇살을 쬐면서 쉬고 있는데

얼굴이 노란 콩나물이

하얀 잇몸 다 드러내고 간간이 웃고 있다가

아는 체 하며 먼저 말을 걸어오네


늦게 놀러 나온 봄 그림자

빨리도 자라더니 

빈터를 덮고

시간에 쫓겨 바쁘게 골목을 돌아다니면

햇나물에서 묻어 나온 봄 향기

빈터에 가득 차네


'글 소쿠리 > 자작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낮잠을 자다가  (0) 2008.06.25
자장암 가는 길  (0) 2008.06.25
대나무 피리  (0) 2008.06.25
나무 교실  (0) 2008.06.25
학교에 간 강아지  (0) 2008.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