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2008. 6. 18. 11:35글 소쿠리/자작 동시

 

    첫 눈


      단풍이 떠난다고 인사도 없었는데

      은행나무는 노란 옷을 벗지도 않았는데

      잎 떨어진 가지 끝에 감이 아직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수숫대 끝엔 잠자리가 여전히 맴도는데

      자고 일어나니

      들판도 지붕도 하얀 옷을 입었다

      앞산의 나무들도 가지에 흰 소매를 걸치고

      햇살 아래 손을 흔들고 있다


      밤 새 불던 바람은

      이제서야 산너머로 자러갔나

     

      눈부신 은빛이 일어서는 길에는

      두꺼운 옷을 입어 뚱뚱해진 아이들이

      기우뚱거리며 걸어가고 있고

      쪼그만 강아지들 길가에 나와

      눈오니 살판났다 신바람 내며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발자국 찍다가

      부르르 몸 떨어 눈가루 털고

      꼬리를 흔들어 인사를 한다.

      올 때도 밤중에 몰래 왔으니

      갈 때도 이렇게 살짝 가는가

      첫 시간 끝나고 창 밖을 보니

      눈물만 떨궈놓고 사라져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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