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을 줍던 날

2008. 6. 17. 19:44글 소쿠리/자작 동시

 

감꽃을 줍던 날


늦잠을 잘까봐 밤새 들썩이다가

어둠 속에 하품하며 집을 나서면

이슬 맞고 선잠을 깬 골목길이 뒤 따라 온다


욕쟁이 할매네집

싸리 울타리 구멍으로

비집고 들어가면


장독 위에도,

절구 안에도,

돌담 사이에도,

아침 첫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보석들이 숨어서

노랗게 반짝인다


술래가 되어

달큼한 맛을 떠올리면

침이 괴어

발걸음이 급해진다


나보다 빨리 온 아이는 없을까

발소리 낮춰 잔걸음 걷다

빼꼼이 고개 들면

장독대 뒤에서도 조심스런 얼굴 하나

쑤욱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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