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5. 10:10ㆍ사진 소쿠리/산천경계 사진
11일 날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하고 새벽 3시 50분에 천왕봉으로 향했습니다.
전날 저녁에 데크 끝에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면서,
내일은 날씨가 맑아서 일출을 쾌히 볼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대피소의 분위기 때문에 깊은 잠을 자는 것을 포기했지만,
몸이 고단한 탓인지 눕자마자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나서는 새벽에 서너 차례 잠을 깨서 그냥 누워 있었습니다.
이전에 먼 거리의 마라톤대회에 전 날 미리 가면,
바뀐 잠자리 때문에 쉽게 잠을 자지 못하지만,
그럴 때는 눈을 감고 누워만 있어도 피로가 한결 풀린다는 것을 경험하여 알고 있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 있었는데,
3시쯤 되자 벌써 일어나서 어둠 속에서 헤드 랜턴을 이용하여 부스럭거리면서 짐을 챙기는 부지런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 깜빡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니,
3시 40분쯤 되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대피소 밖으로 나왔습니다.
일출 예상 시간이 5시 41분이라니 시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쉬지 않고 걸어서 5시 이전에 천왕봉 근처에 닿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산 고개를 넘어가는 사람들의 헤드 랜턴 불빛이 긴 행렬로 이어지고,
그 가운데 한 점이 되어 가다보니 희끔하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멀어보이지만,
뒤를 돌아보면 또 까마득한 위치에서 불들이 움직이니 제법 빠르게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통천문을 지나고,
마지막 바위를 타고 올라가니 이미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능선이 잘 드러나는 위치에 들어가려니 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을 해 두었기에,
정상 표지석 바로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하였습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도 오랫동안 정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밝은 아침 기운을 온몸으로 다 받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지나 온,
고사목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제석봉으로 내려가서,
사진을 더 찍고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려다가,
이미 지난해 제석봉을 거쳐 내려왔기에,
진주 딸네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해서 바로 법계사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천왕봉에 올라가는 최단(?) 코스인 법계사 코스는,
이동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올라가는 일이나 내려가는 일이 즐겁지 않습니다.
특히 정상 부근에서 법계사까지의 약 2킬로 정도는 급경사라서 무릎이 혹사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조망도 별로라서,
보통은 거리는 멀고 둘러가지만 일부러 장터목 코스로 내려옵니다.
여명에서부터 일출까지 그리고 천왕봉 주변과 하산하던 길에 본 풍경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는 일출은 이런 일출이 아니라
바로 산꼭대기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이겠지만,
해가 구름을 뚫고 올라오는 순간에 정상에 서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날 정상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가슴속에 넉넉한 해 하나씩을 품고 내려갔습니다.
5시 12분쯤에 찍은 여명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밝은 점들은 산 아래 마을의 불빛입니다.
백무동 코스의 시발 지점인 함양 마천 쪽일 겁니다.
산꼭대기가 좁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폰카를 들거나 일어서는 사람들 때문에 번번이 방해를 받았지만,
나누어 가져야 하겠기에 그냥 포기하고 기다렸다가 주밍(zooming)하여 한 컷씩 찍곤 했습니다.
노출도 다양하게 변화를 줘보고......
지난해에는 원경도 선명하게(?) 잡으려는 욕심으로
피사계 심도를 높이려고 조리개를 너무 조으는 바람에 모아레 현상이 일어났기에
올해는 조리개를 중간 수치인 9 정도로만 열었습니다.
이 서북 방향의 먼 산은 합천 쪽인 듯합니다.
출입제한 구역에도 서슴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뭐 그리 대단한 사진을 찍는다고 그러나 싶어서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열정이 필요하지만 도를 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껏 폰카 사진 한 장을 찍으려고 출입금지 구역에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그 사진 한 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이들은 이미 하산을 하고......
이 날도 가족이 함께 온 분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부럽기만 했습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부럽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리해서라도 언젠가 살 수 있을 거라 싶지만,
자식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일은 때가 있는데,
저는 그때를 그냥 생각 없이 지나버린 듯합니다.
붉은 아침 햇살을 받은 정상 부근 곳곳에 핀 붉은 산오이풀 꽃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이 산오이풀 꽃은 설악산과 지리산 등 높은 산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비싼 고급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사진작가(?) 인가 싶은데,
출입금지 구역에 서슴지 않고 들어가더니 식물보호 시설을 마구 훼손하더군요.
국립공원 사진공모전에 뽑힌 사진들을 보면 완벽한 사진들 뿐이니,
화면에 군더더기가 된다 싶으면 마구 자르고, 뽑고, 짓뭉개곤 합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온 이 젊은 분이 참 멋져 보이더군요.
이런 마음의 여유가 부러웠고요.
신세대의 기념사진 촬영법입니다.
점프 앤 플라잉입니다.
쉰세대의 기념사진 촬영법입니다.
그러나 이 날 눈은 바로 떴습니다.
천왕샘입니다.
이 샘의 물이 경호강으로 흘러들어 가고 남강물과 합쳐진다고 합니다.
개선문입니다.
천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에 이미 승리자입니다.
천하 제일봉을 올랐으니 세상을 다 얻은 듯합니다.
이날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160명 단체로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법계사 아래쪽 로타리대피소 근처의 샘입니다.
로타리대피소입니다.
사진 가운데 법계사의 석탑이 보입니다.
법계사의 일주문은 지난해 태풍에 무너져서 복원공사 중이었습니다.
망바위입니다.
등로 가까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의 맑은 물입니다.
통천길이라니 하늘로 통하는 길이라는 뜻이지요?
지리산에는 입산시간 지정제를 실시 중입니다.
산행 중에 이런 안내 현수막을 수십 번 보았습니다.
등산객들의 안전과 야생동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비박 금지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샘이 있는 주변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있었는데......
50여 년 전에 세석평전에 움막을 짓고 지리산을 지키다가,
지리산에서 일생을 마쳤다는,
전설적인 산사람 우천 허만수를 기리는 추모비입니다.
중산리 버스 정류장입니다.
중산리 탐방안내소가 있는 곳에서 아스팔트 포장길을 약 2킬로미터는 걸어야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차 시간에 쫓겨 바쁠 때는 짜증스럽지만 주유천하 할 때는 여유롭게 걷는 길입니다.
전깃줄이 어지러운 이런 사진은 잘 찍지 않지만, 구름 위로 천왕봉이 보이길래 한 컷 찍었습니다.
이런데도 대피소를 예약하지 않고 혹시나 하고 늦은 시간에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래 놓고는 원칙을 지키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을 야박하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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