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서 가득 채우는 나무

2009. 9. 1. 09:05카테고리 없음

울릉도에서 주말을 보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성인봉 등반입니다.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내기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나절에 출발하여 성인봉을 거쳐서 나리분지까지 갔다가,

점심을 먹고, 씨껍데기술인 막걸리를 한 잔 걸치고  다시 성인봉을 넘어오면 하루 해가 갑니다.

오전에 느긋하게 출발하여 성인봉에 올랐다가 길가의 온갖 식물들 다 쳐다보고 나리분지로 내려가서 요기를 하고,

천부까지 가는 소형 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천부에서 바닷가 풍경사진을 좀 찍고 머뭇거리다가 도동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도 쉽게 하루가 갑니다.

 

성인봉 등반길에 나이든 나무들을 만납니다.

사람의 손길을 거치지 않았다고 이 일대 숲을 원시림이라고 합니다만 대부분의 나무들 나이는 서른살에서 쉰살쯤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몇 곱절은 더 산 것 같은 늙은 나무들도 가끔 보입니다.

이 나무들을 보면 속이 텅비어서 오히려 가득 차 보이는 연륜을 느낍니다.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대섬(죽도) 근처에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에 어선  두 척이 휩쓸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주민 두 분이 실종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