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홍시 맛을 알아?

2009. 1. 15. 09:14사진 소쿠리/새사진

며칠만에 비학산 자락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꿈속에서 본 것처럼,

 큰오색딱따구리와 후두티는 다시 보이지 않아서 실망을 하고 돌아서기를 몇 번이나 했습니다.

새를 찍는 사람들은 조복(鳥福)이란 말을 합니다.

새에 대한 별다른 지식도 없는데다가 무턱대고 나서는데 새를 만난다는 것은 일종의 복입니다.

조복이 있다면 기다리는 끈기가 필요할 뿐이지요.

올 한 해 저는 조복이 있는 셈입니다.

새사진을 찍은 지난 두어 달 동안에 이름만 들었던 귀한 새들을 두루 만났으니까요. 

방학이라서 시간 여유가 있어 자주 찾아나선 탓도 있지만 나선다고 마음먹은 대로 새들을 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는 직박구리를 떼로 만났습니다.

흔하고 별로 이쁘지 않은 새라서 평소에는 잘 찍지 않았는데,

어제는,

 만난 새마다 다 먼저 달아나버려서 맥이 좀 빠져있었는데 다행하게 이 새를 만났고,

 직박구리가 길가의 늙은 감나무에 몰려와서 감홍시를 먹는데  가까이 가도 달아나지 않길래 여러 컷을 찍었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새라도 청딱따구리는 경계심이 심해서 좀체로 제 몸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게 감나무 둥치에 숨어서 조심조심 홍시를 먹다가,

한참을 눈치를 살피다가 휭하니 떠나버리고, 그러다가 한참 지나서야 다시 돌아 옵니다.

그렇지만 직박구리는,

한 100미터쯤 덜어져 있는 다른나무에 옮겨 갔다가 이내 돌아옵니다.

오다가 아차 싶으면 호버링을 하면서 재빨리 다른 나무로 날아갑니다.

달콤한 홍시 맛에 단단히 빠진 것 같습니다.

 사람이든 새든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거든요.

 

워낙 식탐을 하는 탓에 이제 며칠 후면 홍시는 다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진을 찍는 나도, 홍시를 맛있게 먹던 직박구리도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감나무는 한반도의 북쪽 지방에서는 볼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전에 책에서 배운대로라면 동해안 쪽은 강릉, 서해안쪽은 경기 남부 이남 지역에서만 생육한다고 합니다.

아직도 감나무에 홍시가 달려 있다고 신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요즘 시골에는 감을 딸 일손이 없다고 합니다.

감나무는 나이 먹어 점점 더 자라고,

주인들은 나이 먹어서 기력이 점점 없어지니,

이제는 "그림의 떡"이 아니라 "감나무의 홍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홍시 맛을 아는 새들이 늦은 가을부터 계속 감나무에 몰려 옵니다.

동박새. 박새, 까치,직박구리......

이런 새들은 감나무 있는 한적한  곳에 가면 더러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올려놔도,

누구 한 사람 눈여겨 보는 사람이 없는듯 하지만 이것도 내가 하는 일의 기록이다 싶어서 계속 올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