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8. 11:31ㆍ사진 소쿠리/사람들 사진
방학이라서, 모처럼 낮에 밝은 때 시간이 있으므로,
오랫동안 벼르던 일이라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새사진을 찍으러 신광으로 갑니다.
아버지 기일이던 그저께를 빼고는 거의 날마다 습관처럼 골짜기로 갔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뜸하지만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골짜기 마을에서,
복에 넘치게 귀한 큰오색딱따구리도 보았고, 홍시를 먹는 동박새도 보았습니다.
또 며칠전에는 꿈속에서 처럼 후두티도 보았습니다.
저는 그런 새들이 멀리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뜻밖에도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귀한 새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순간에 가슴 속은 벅찹니다.
나라 살림이 어려운 시기라서, 남들은 생계걱정을 하고, 일자리 걱정을 하는데,
한가하게 새나 찍으러 다니는 것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런 일은 오래 전부터 제가 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구름이 엷게 끼면서 시계가 나빠졌습니다.
겨울 산자락에는 어둠이 빨리 깔리기 때문에 네 시가 넘자마자 골짜기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을 거두어서 내려오는 길에, 마을 회관 뒷편의 늙은 감나무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이라서 새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도 지나쳤던 곳인데 혹시나 하고 그곳으로 가봤습니다.
골짜기로 들어가는데 고라니인지 노루인지 커다란 짐승 한마리가 놀라서 풀섶으로 허겁지겁 달아나더군요.
미리 카메라가 세팅이 되어서,
"준비된 사수 일발장진, 발사"였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마는......
서브 바다를 들고 갔는데 조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찍기는 찍었지만 서두르다가 귀한 장면을 놓쳤습니다.
그리고 감나무 밑으로 갔는데.......
마을 끝 집인 그 집의 마당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발견하였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할아버지 발을 씻겨 드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솥에 데운듯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을 대야에 담아와서,
할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차로 와서 렌즈를 갈아 끼우고 올라갔습니다.
제가 담벼락 곁에 있으니, 할머니께서 푸념으로 하신 말씀이,
"나도 늙어서 힘드는데, 발까지 씻겨줘야 하나?
................................................... "
그러나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지아비인 할아버지의 발을 정성껏 씻겨주시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골짜기를 내려오는 동안에,
'세상이 조금 살기 힘들다고 쉽게 가족을 팽게치고 집을 나가는 사람들이 흔하디 흔한데,
저렇듯이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노년의 행복이란 게 저런 것이 아닐까' 하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이 사진이 그 분들의 자식들에게 누가 될런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지만,
꾸미지 않은 순수함이 아름다운 모습이라서 이 곳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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