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에 아들에게 보냈던 메일입니다.

2008. 10. 10. 10:13지난 이야기/흰소리

아들 보거라.

 

 

바람이 간간히 부는구나.

바닷가인 부산 또한 마찬가지겠지.

 

 

엊그제 3월 초순인 것 같았는데 벌써 중순이 지나고 하순으로 가는구나.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시간이 참 빨리 가는구나.

 

 

네 대학생활이 지낼만하다니 다행이지만 애비로서는 걱정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모처럼 집에 왔는데 이런저런 잔소리만 할려니 그렇고,

또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염려가 되는 게 있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 한다.

 

 

네 스스로 잘 알겠지만

네가 다니는 대학은 간판만으로 세상에서 크게 대접을 받을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어느 곳에 다니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어느만큼 준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너도 그 대학을 선택하였을 것이고 나 또한 같은 생각이다.

대학생활은,

고등학교 때 공부에 시달리느라고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일을 해보면서 여러가지 즐거움도 누려야하지만

최근의 세상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4년 동안 준비를 단단히 하지않으면 한참 지난 뒤에 후회를 하기 마련이다.

정말 세상사는 것이 만만치 않더구나.

대학의 가치도 변해서 우리가 졸업을 하던 30여년 전에 누렸던 기득권이 거의 대부분 없어지고

오히려 옛날로 치면 고등학교 졸업한만큼도 못한 경우도 있더구나.

부모인 내가 일방적으로 네 인생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못마땅하겠지만,

부모이기 이전에 그래도 세상을 한 참 먼저 살아왔고 이런저런 경험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앞섰다고 생각하기에,

염려가 더 된다.

 

 

어학 준비도 그렇고......

공부를 계속하려면 어학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알 것이고,

학교에서 하는 글로벌 어학과정에 뽑히지 못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오랜 기간 준비를 해야하지 않니?

멀리 갈 것도 없이 네 작은누나의 경우를 봐라.

방학마다 서울로 가서 몸부림치듯이 어학공부를 하고 있지않니?

필요를 그만큼 느끼기 때문 아니겠니?

공부를 더 하려면,

경우에 따라서 외국에 나가야 할테고 어학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단순한 꿈에 그치고 말 것이니

미리미리 준비를 단단히 하여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어느 수준에 이르려고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

날마다 어울려다니고,

술 마시고 돌아다니면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 3년을 지내고보니 무척 짧은 세월이고, 지나고나서 이런저런 아쉬움과 후회가 많지않던?

대학은 4년이라지만 방학 빼고 오히려 고등학교 3년보다 더 빨리 지나간다고 봐야겠지.

 

 

특별하게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대학이야 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니),

누가 더 머리 싸매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단다.

겉멋만 잔뜩 든 인간이 아니라 내면에 깊은 심성이 깃든 사람이 되려면,

독서도 많이하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안목도 길러야 하고......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운동(태권도)를 계속했으면 한다고 권했지.

아니면 검도나 유도 등의 운동도 괜찮고.

처음에 좀 어색해서 그렇지 스무살이란 나이는 결코 무슨 운동이든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란다.

다음에 사회에 나가서도 운동수련 경력이 어느 수준이 되면 남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단다.

굳이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당당할 수 있단다.

 

 

군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장교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

학점이 어느만큼은 되어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지.

1-2학년 때 어영부영하다보면 코 앞에 닥쳤을 때는 후회한다해도 이미 늦으니 자잘한 문제 같지만,

강의에 충실하고,

레포트 성의있게 만들어 내고,

교수님들께 인사 잘 하고,

........

최대한 학점을 따둬야 한단다.

 

 

그리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글씨를 정성껏 쓰는 버릇을 기르기 바란다.

헌 종이에 낙서를 하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반듯하게 쓰다보면 저절로 좋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4년이 아니라 평생을 한다는 각오로 학교 생활을 하기 바란다.

굳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매일 매일 착실하게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런 잔소리를 하는 것은,

내가 미쳐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네게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비록 애비가 경제적인 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면에서 능력이 떨어지지만,

공부나 앞날에 대한 준비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힘닿는데까지 지원해 줄테니,

형편 때문에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하거라.

 

 

이야기가 길어졌구나.

대부분 이미 말로 한 것이지만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새삼 다시 글로 부탁을 한다.

 

 

외로움 타지 말고 잘 지내거라.

 

 

울진 학교에서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