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 이야기

우도에서 보낸 하루

황포돛배 2021. 1. 6. 07:30

제주도에 들어 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 다니는 곳이 오름이나 산으로 한정되어 있으니 이제 지치기 시작합니다.

아재감성이라서,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가서 음식 사 먹을 줄도 모르고,

다른 이랑 이야기 조근조근하며 다니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짐 짊어지고 낑낑대며 이동하니 어깨가 아픕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면 신이 날텐데, 이번 주에는 날씨가 계속 꾸물거려서 다닐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마라도, 가파도, 추자도, 비양도 등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가는 섬 속의 섬을 다 다녔는데,

마지막 코스로 우도는 지난 11월 초순에 한 번 다녀왔지만,

마감을 앞둔 등대사진 공모전에 낼 사진을 찍는다고,

우두봉에서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섬 전체를 제대로 돌아보지 하고 왔기에 아쉬움에 오늘 다시 가봤습니다.

그 때는 욕심을 내서 카메라 3대와 드론까지 가져갔으니,

짐이 어깨를 짓눌러서 지쳐,

중간에 하고수동 해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하우목동항까지 가서 성산포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에 비 오는 날 오랜 인연의 친구가 머무는 서귀포에 갔는데,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에 데려가는 바람에 다시 올레수첩을 하나 샀고,

스탬프를 찍을 목적까지 겸해서 또 우도에 갔습니다.

우도에는 스쿠터나 소형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탈거리가 넘치니,

저처럼 두 발로 우도를 온전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더군요.

날씨가 좀 좋았더라면 우도의 맑은 물빛을 사진으로 담아왔을텐데 낮 내내 흐려서 아쉬웠습니다.

우도 올레길은 총 길이가 11.3km 라고 하는데,

스템프를 찍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자주 옆길로 빠져서 훨씬 더 먼길을 다녔습니다만,

연한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며 다녀서 눈이 호강을 했습니다.

 

 

카메라를 두 대 이상 사용하니 이동한 경로와는 달리 사진 순서가 엉망이네요.

지미(오름)봉에 올라가면 우도가 한 눈에 들어오듯이 우도에서도 지미봉은 바로 눈앞에 보이더군요.

일출봉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 한달살이 할 때 카페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