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포돛배 2014. 5. 25. 21:18

오늘 낮에는 비가 온다더니 해가 나고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몸으로 느끼는 더위는 그렇게 심하지 않았습니다.

 

 

배낭을 메고 오랫만에 환호공원에 올라가니

삘기(어느 고장에서는 삐삐라고 한답니다.)가 피어서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몇 컷 담아 봤습니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 오고 가던 길에 밭둑에서,

소를 먹이러 가서 풀밭에서,

 새순이 막 올라와서 연한 속 부분을 뽑아서 먹던 생각이 많이 납니다.

 

 

바람이 불어 풀이 먼저 눕는다던 김수영 시인의 "풀"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 시를 달력 뒷장에 베껴서 벽에 붙여 두고 외곤 했습니다.

 

 

다음은 김수영의 시 "풀"의 전문(全文)입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랍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