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일몰
지난 주말에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장인이 홀로 계시는 사천 곤양 처가에,
온 식구가 다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처제들과 동서들, 처남 내외까지 모여서 오랫만에 좀 북적거렸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수육과 전어회를 안주 삼아서 막걸리를 마셨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진주버스터미널에서 거림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9시 5분에 출발하는 차인데,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임시 버스를 증차하여 운행하니 그 차를 타라는 운전기사 말을 듣고 내려서 조금 기다리다가 다른 버스를 탔는데,
미심쩍어서 기사에게 물어보니 그 차는 중산리까지만 간다고 하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 내려서 매표소에 가서 항의를 하니,
거림가는 차를 타고 있지 왜 내렸느냐고 도로 질책을 합니다.
기가 찼지만 더운 날씨에 화를 내기도 그렇고 해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어차피 거림가는 차도 중산리까지 갔다가 도로 곡점으로 내려오니,
연결해서 거림까지 타고 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확답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정보다 10분 늦은 차를 탔는데 일요일이라서 중간에 차가 지정체를 되풀이하여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다가 버스회사 책임자가 앞서 출발한 거림행 버스기사에게 연락을 하였는지 겨우 연결된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무더웠고, 전날 술까지 마셔서 버스에서 내려 몇 발짝 움직이니 등에 땀이 흥건해졌습니다.
거림으로 해서 세석산장으로 올라가는 코스는 지난 여름에도 갔던 코스인데,
등로가 별로 험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묵묵하게 올라갔습니다.
사진 장비와 먹을거리로 가득찬 배낭 속의 짐이 무거워서 어깨를 압박하였지만
등로 옆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을 보면서 올라가는 코스는 여름 산행코스로는 일품이었습니다.
국립공원의 계곡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예 물가에 진을 치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기분이 언짢았습니다.
자연을 오랫동안 보전하려는 국립공원의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자신의 편의에 따라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갈수록 통제가 심해지는 셈입니다.
목적지가 거림에서 9.4km 거리인 장터목대피소였기에,
7시간에 걸쳐서 곤충과 야생화도 찍으면서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올라갔습니다.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는데,
혼자 산길을 가면서,
주변 생명체들을 살피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알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 자체가 바로 힐링입니다.
가는 도중에 찍은 주변 사진과 장터목 대피소에서 본 일몰사진을 우선 올립니다.
세석대피소입니다.
대피소 아랫쪽에 샘이 있어서 식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세석평전에 있는 습지입니다.
촛대봉 근처 바위입니다.
촛대봉에서 본 천왕봉쪽입니다.
구름에 싸인 봉우리가 천왕봉입니다.
세석대피소쪽으로 내려다 본 풍경입니다.
바위구절초인가요?
촛대봉에서 30분쯤 머물면서, 주변과 새, 꽃 사진을 두루 찍었습니다.
매크로렌즈로 찍은 꽃사진과 망원 줌 렌즈를 갈아 끼워서 찍은 새사진은 따로 올리겠습니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이 나무들의 생존법입니다.
숲속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만
그늘이 지고 어두워서 사진으로 담기가 어렵습니다.
이 꽃 사진은 24-70mm 표준 줌렌즈로 찍었습니다.
매크로렌즈로 찍는 것보다 피사계 심도가 더 확보가 되니 때때로 이렇게 찍어야겠습니다.
가지가 마치 사슴의 뿔 모양을 하고 있는 주목입니다.
더디게 자라는 특성상 이래뵈도 나이는 100살은 더 될 겁니다.
곳곳에 탈골이 진행된 고사목이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바라보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서 등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동자꽃입니다.
지리산과 설악산 고지대에 지천인 꽃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지난 주에 설악산에서 보았던 꽃들의 여럿 다시 보았습니다.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이라는 지역의 차이가 있고 두 산의 거리야 천리가 넘지만
해발고도가 비슷하니 식생대도 비슷한 것입니다.
토사의 유실을 막을 목적으로 등로 바닥에 돌을 깔아놓았지만 발바닥에는 불이 납니다.
연하봉 주변도 고사목과 기암 많아서 볼거리가 넘칩니다.
장터목대피소는 확장공사 중입니다.
저 포크레인과 트럭, 컨테이너 창고 등은 헬기에 매달아 운반한 것입니다.
장터목에서 동남쪽으로 바라보면 보이는 고사목입니다.
비록 죽은 나무이지만 정갈해 보입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땀에 젖은 수건과 옷가지를 널어 말리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야외 데크 끝에 쭈그리고 앉아 바라본 노을입니다.
저는 따로 취사를 하지않고 가져간 빵조각과 과일로 저녁을 때웠습니다.
노을 사진은 하프그라데이션 필터를 사용하였습니다.
이 때처럼 밝은 곳과 어두운 곳의 노출 차이가 심할 때 이 필터를 사용하면,
밝은 곳의 노출을 적절하게 제어하기에 산사진을 찍을 때 꼭 필요한 필터입니다.
초생달이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