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서 대청봉 찍고 오색으로
구도(求道)하는 사람들이 성지(聖地)에 다녀오고 싶어하듯이,저도 가고 싶은 곳이 있는데 대부분 산입니다.
해마다 여름 방학 때에는 설악산과 지리산에,
겨울방학 때에는 제주도 한라산에 꼭 한 번씩이라도 다녀오려고 합니다.
전(錢)과 시간 때문에 남들처럼 해외여행은 가지 못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답기 그지없는 내나라 구석구석이라도 느리지만 발로 디뎌보고 싶은 게 제 바램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래 전에 몇 번 해외여행을 다녀온 제 생각은,
우리 강산만큼 아름다운 곳도 드물다는 것입니다.
풍경은 보는 때와 마음에 따라 달라보이고, 보면 볼수록 정이 가고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해외에는 못나가도 먼저 우리나라 곳곳을 여유있게 다녀보려고 합니다.
설악산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름에 큰 산 악(嶽) 자가 들어간 산답게 만만하게 다닐 산은 결코 아닙니다.
지쳐서 산을 타는 순간순간은 별로 즐겁지 않습니다만,
돌아오면 또 다시 그 곳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아마 다함이 없는 산의 무궁무진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계절 따라 다르고, 시간 따라 다르고, 볼 때 마다 다른 것이 자연의 오묘한 진리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할진데 수 십 번을 다녀도 산의 그 깊은 속을 어찌 다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까?
하물여 겨우 여나므 번 정도 밖에 가보질 못했으니 백분의 일, 혹은 천분의 일을 보았다고 하기에도 부족합니다.
제 경우에는 산에 갈 때 특별하게 무슨 루트를 타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이왕이면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되도록이면 그 산의 등산 가능한 안전한(?)코스를 두루 올라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먼 곳에 있는 산에 가서 원하는 루트를 타는 일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늘 올라가던 오색코스 대신에 한계령으로 해서 오색으로 내려왔습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오색코스로 올라가서 주봉인 대청봉에 갔다가 천불동계곡으로 하산을 했습니다만,
이 계곡 코스가 무척 지루하여서 피하고 싶었고,
해가 긴 여름철이라서 차 시간의 여유가 있어 일부러 오색으로 내려와 봤습니다.
올해도 속초에 근무하는 손아래 동서가 휴가를 속초로 오라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속초로 가면서 설악산에 올라갈 준비를 해 갔습니다.
준비라 그래봤자,
등산화를 챙겨가고,
차 시간을 확인하고,
산행 도중에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연수 중이던 집사람이 자기 차를 가지고 영해로 올라와서,
그 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이틀 동안 내린 더치 커피를 두 병 챙겨 갔습니다.
속초로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버스 시간을 검색해보니,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계령으로 가는 첫 차가 6시 40분에 출발을 한다고 하여,
숙소인 고성에서 새벽에 동서 차로 속초까지 이동하여서 한계령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휴가철이지만 모두 자가용을 이용하는 탓인지 한계령을 거쳐 춘천으로 가는 첫 버스는 생각보다는 한산했습니다.
20분 전에 속초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여,
5번 승차장에서 한계령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둘러보니 설악산에 가는 등산차림을 한 사람들이 몇 사람 눈에 띄었습니다.
이 때 본 대전에서 혼자 온 처자는 산행도중에 또 몇 번 만났습니다.
젊은 여자들이 혼자 험한 산에 오는데는 용기가 필요할텐데,
휴가 기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먼 길을 둘러서 벼르고 벼르던 설악산에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대단해 보였습니다.
또 혼자 온 몸피가 작은 표준 말씨를 쓰던 부산처자 한 사람도 두 서너번 만났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이 일행이자 친구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대청봉에서 내려오는 중청쪽으로 도로 내려오던 부산처자를 만나서 사진을 찍어주고 이야기 들어보니 산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자그마한 처자가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산에 다니는 것을 보니 그 영혼의 자유로움이 부럽기조차 했습니다.
더구나 한 처자는 그 어렵다는 중청대피소를 예약해두고 느긋하게 다닌다니......
이름도 모르고 그냥 가다가 만나고 가다가 만나고 했지만,
어쩌면 제 자식 또래일 그 사람들과 공부에 치여지내는 제 아이의 지금 모습 가운데서,
제가 선택하는 삶이라면 저는 그 사람들처럼 살고 싶습니다.
부부가 같이 산에 와서 갖고 온 몽키 바나나를 나누어 주던 분들,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온 분들......
참 멋진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저는 그 나이 때 무얼하고 살았던지......., 술이나 퍼 마시고......
이런 사람들은 몸이 건강하고 정신이 맑으니 일상에서도 거침없이 잘 살아갈 것입니다.
출발을 할 때 까지만 해도 비만 오지않으면 다행이라 싶었습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사전에 확인해보니 비가 올 확률이 60% 정도였기에 비를 맞을 각오를 하고 갔습니다.
오색쪽으로 내려오다가 잠깐 동안 찔끔거리는 비를 만났으니 일기예보가 맞긴했습니다.
한게령에 도착해보니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볼일을 보고나서 휴게소 옆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타고 200미터쯤 올라가니 관리소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앱을 확인해 보니 총 이동한 거리는, 14.34km 정도였고, 소요 시간은 9시간 30분 정도였습니다만,
끝청과 중청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시간을 많이 지체하였기 때문에 평균 이동 시간 등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출발할 때는 얼마전에 선배로 부터 배운 앤도몬도 라는 앱을 이용하여 거리와 시간을 체크하려고 했지만,
하산길 마지막 1km 정도를 남겨 둔 지점에서 배터리 방전으로 더 이상 기록을 할 수 없어서,
정확한 거리와 이동 시간을 체크하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지만,
제가 이동한 위치와 시각이 다 기록되어 남아 있었으니 참 유용한 앱이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끝청에서 중청으로 가는 중간에 봉정암과 용아장성 조망이 가능했던 것과
멀리서나마 울산바위를 사진 찍을 수 있어서 힘들게 올라간 보람이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산행 중간에 날씨가 괜찮다가 후반부에 빗방울이 조금 뿌렸습니다.
산행 도중에 찍은 사진이 기대에 못미쳐서 억지로 만들었습니다만 몇 장 올립니다.
대문사진으로 봉정암 사진을 올립니다.
용아장성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올리는 사진 파일들이 많아 용량의 과다로 이 사진이 올라갑니다.
산행을 시작했던 한계령 휴게소입니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휴가철인데도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한계령 코스 초입은 이렇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이런 구간을 지나고 나면,
낮은 암릉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등산하기에 괜찮은 코스였습니다.
큰 너덜이 보입니다.
이 때까지도 안개로 덮혀서 시계가 형편없었습니다.
이런 평탄한 코스도 있습니다.
용아장성입니다.
조망하기 좋은 곳에서 본 대청봉입니다.
봉곳한 두 봉오리 가운데 오른쪽이 대청봉이고,
왼쪽이 중청입니다.
뼈대만 남은 주목입니다.
주목을 일컬어 살아 천 년 , 죽어 천 년이라는 하는데, 이 말처럼 오래 갈 것입니다.
중청대피소입니다.
중청대피소에서 내려다 본 울산바위입니다.
중청대피소에서 올려다 본 대청봉입니다.
중청에 있는 기상관측소입니다.
범봉(?)입니다.
대청봉 올르기 전 식생대보호구역입니다.
드디어 대청봉에 올랐습니다.
몇 번 올라왔지만 기상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선명한 사진을 남기는 것은 처음입니다.
다른 분들 사진을 찍어드리고 저도 한 장 찍혔습니다.
산에만 가면 왜 이리 찌그러질가요?
아니 평소에도 저렇게 표정이 찌그러져 있는가요?
하산길입니다.
남설악 오색탐방관리소에는 오후 5시 10분쯤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정류장으로 내려 오면서 본 오색약수터 뒷산자락입니다.
양양 읍내를 비롯한 군내 곳곳에 이런 플랭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