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만난 곤충 - 톱하늘소
울릉도에 다녀온 지 열흘쯤 지났습니다만,
외장 하드 속에 갇혀 있는 곤충들이 꺼내 달라고 생난리를 칩니다.
처음 만났다고 반가워하며 멋있다고 사진을 찍을 때는 언제고,
연일 불빛축제에 꽂혀서 지내니,
이 인간을 믿다가는 어느 하세월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이러다가 영 묻혀버릴지 알 수 없으니 그런답니다.
여행길에 낯선 곳에 가서 우연하게 곤충을 만났다고 하지만,
오랜 기다림의 결과이기도 하며,
나름대로 분석을 통해 기대치를 높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번 울릉도여행에서 톱하늘소를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안평전을 지나 가파른 지그재그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바람등대로 접어드는,
산죽이 있는 곳에서 바위 위에 기어가는 톱하늘소를 만났고,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서 태하 등대로 가다가,
약간 어두운 그늘에 서 있는 나무 둥치 아랫부분에 붙어 있는 톱하늘소를 발견하였습니다.
혹시나 울도 하늘소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산뽕나무 비슷한 것들을 지나칠 때는 발을 헛디딜 정도로 한 눈을 팔고 다녔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만,
저는 곤충학자가 아니라 취미로 곤충사진을 찍는 사람이기 때문에,
곤충을 잡아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자연상태에서 모델을 삼기도 하지만,
촬영 조건이 나쁘면 다른 장소로 옮겨와서 사진을 몇 컷 찍고는 그냥 야생으로 돌려 보냅니다.
도감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니 제가 만난 톱하늘소는 모두 수컷인가 봅니다.
(첫 번째 만난 것의 튀어나온 꽁무니가 산란관 같기도 하지만.......)
몸이 검은 개체도 있고, 갈색인 개체도 있습니다.
가슴에는 날카로운 돌기가 있고,
수컷은 더듬이가 길고 톱날처럼 생겼습니다.
성질이 급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닙니다.(이런 점은 저하고도 닮았네요)
크기는 대략 23-48mm 정도됩니다.
산에 살며 주로 5-9월 사이에 자주 눈에 띱니다.
불빛에도 날아옵니다.
톱하늘소 사진을 몇 장 올립니다.
이상이 안평전 코스에서 찍은 톱하늘소 입니다.
워낙 재빠르게 움직여서 사진을 찍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등대 뒤뜰 몇 군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톱하늘소의 더듬이가 톱 모양이란 걸 알 수 있지요?